이명박 대통령 독도 방문의 공식 배경에는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것을 대내외에 분명하게 알리고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담겨 있다. 특히 그동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임기 이후 역사적인 평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내부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위안부 문제에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며 한일 역사 갈등에 대해서도 인식의 전환을 꾀했다.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이 1년 중 가장 좋지 않은 시기인 8ㆍ15 광복절을 불과 닷새 앞두고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한 것도 '역사의 평가'라는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을 뿐 모두 신중론을 취했다. 자칫 독도가 분쟁지역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과 한일 관계 냉각이라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울릉도를 방문했을 뿐이고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독도를 방문하지는 않았다. "40년 역사의 통한이 새겨진 땅"이라고 말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독도를 찾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은 해마다 독도 방문을 검토했지만 기상을 포함한 여건이 맞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 이번에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독도 방문 사실을 밝히고도 기상 악화로 방문하지 못했다.
앞서도 지적했듯 가장 민감한 시기에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근 영토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 일본 측 움직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러시아와는 쿠릴 열도를 두고 영토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독도에 대해서도 계속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직접 울릉도ㆍ독도를 방문하는 것이 더 큰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고단한 정치 상황도 독도 전격 방문의 배경이다.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해 이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비리가 잇따라 불거짐으로써 임기 말 권력누수(레임덕)가 가속화, 국정운영에 적잖은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여기다 한일군사정보협정 파문으로 입은 치명타도 이 대통령을 독도로 향하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도 이러한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 대통령의 이번 독도 방문은 역사상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초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환영한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국면전환용' '정치적 쇼'로 표현하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통합당은 "이 대통령이 우리 땅인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앞으로 예상되는 한일관계의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한 독도 방문이라면 모르겠지만 혹여 국면전환용 독도 방문이라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합진보당은 "임기 내내 일본의 독도 공세에 제대로 된 대응 한번 안 하다가 임기 말에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정치적 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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