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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스티븐 크렉 JLL 대표

"한국은 역동적인 시장… 남다른 시선으로 더 큰 미래 그릴 것"

부모님과 도시 여행하면서 부동산에 매력 느껴

명동 센트럴 빌딩 매각 성공 가장 기억에 남아

한강 가지고 있는 서울 아직도 발전 가능성 커



"지난 2000년에 여행을 하면서 아시아를 처음 방문했는데 당시 생기가 넘치고 에너지와 열정이 가득 찬 홍콩이라는 도시가 내뿜는 강렬함에 매료돼버렸습니다. 그때 아시아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스티븐 크렉(사진) 존스랑라살(JLL) 코리아 대표는 국내에 자리 잡은 4대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 대표 중 유일한 외국인이다. 호주 남서부의 작은 도시 애들레이드 출신인 그가 거리로는 8,000㎞ 이상 떨어진, 비행기로 최소 15시간 이상 걸리는 먼 이국땅 서울에 자리를 잡은 것은 아시아의 날카로운 첫인상 때문이었다. 그가 처음 홍콩을 방문할 당시만 하더라도 짐이라고는 19㎏짜리 여행 가방 하나와 비행기 왕복 티켓 한 장이 전부였을 정도로 단출했다. 하지만 대만 타이베이에서 서울로 옮기면서 약혼녀를 데려왔으며 한국에 정착한 후에는 아이도 둘이나 생겼다. 크렉 대표는 "가족이 생겼고 짐도 많이 불어 이제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앞으로도 오랜 기간 아시아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 여행하면서 부동산에 매력 느껴=크렉 대표는 대학에서 주전공으로 경제학과 회계학을 공부하고 부전공으로 도시지리학을 배웠다. 졸업 후 아버지를 도와 회계 관련 일을 잠시 하기도 했지만 이내 부동산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어려서부터 도시와 도시환경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고 특정 장소나 지역을 조성할 수 있는 큰 거래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부동산업이 금융과 실물자산의 교차점에 있다는 점도 매력을 느낀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학 때 배운 금융지식은 그가 부동산업에서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모든 상업용 부동산 관련 업무들은 금융에 근거를 두고 있다"며 "현금흐름에 기반한 금융은 모든 자산에 대한 의사결정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크렉 대표가 부동산업을 천직으로 정한 데는 부모님의 영향도 컸다. 그는 "여행을 좋아하는 부모님을 만났다는 점이 축복이었다"면서 "부모님과 함께 매혹적인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도시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꿈을 실현할 무대로 선택한 곳은 아시아다.

첫 아시아 방문에서 홍콩이라는 거대 도시가 주는 분위기에 압도됐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에서 도시지리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하면서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도시가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눈을 뜨게 됐지만 애들레이드는 인구가 120만명밖에 안 되는 너무 작은 도시라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도시지리학을 공부할 당시 대도시의 최소 인구기준을 300만명으로 잡았는데 그런 도시를 찾으려면 800㎞를 이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홍콩은 완전히 다른 도시였기 때문에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홍콩을 보고 난 후 몇 주도 안 돼 아시아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리기로 결심했다. 당시 그가 받은 충격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단순히 규모에 압도당해 아시아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아시아 도시들이 비록 규모는 호주의 작은 도시보다 훨씬 컸지만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크렉 대표는 "호주를 비롯해 미국·유럽 등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서구 사회와 달리 달리 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라며 "이 같은 높은 경제성장률은 도시의 변화에도 빠르게 반영되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이베이에서 2006년 더 큰 기회 찾아 서울로 이동=그가 아시아로 눈길을 돌리던 당시 시장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 시장을 뒤흔든 외환위기로 아시아권에서 상대적으로 자본시장이 성숙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조차 외국인들이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곳은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다. 그가 대만에 발을 디딘 2003년만 하더라도 타이베이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외국인들에게 낯선 도시였다. 그는 "타이베이는 복잡하고 외국인 커뮤니티도 아주 작았기 때문에 결코 (적응이) 쉬운 도시가 아니었지만 동시에 아주 역동적이고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였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3년 동안 경험을 쌓은 그가 한국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2006년 1월부터다. 크렉 대표가 한국으로 옮긴 것은 대만에 비해 부동산 투자와 매입·매각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만의 경우 투자에 제한이 많고 낮은 수익률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 많지 않았다"며 "이에 반해 한국의 자본시장은 역동적이어서 보다 많은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봤다"고 부연했다.

그는 현재도 JLL 코리아 대표로 조직 전체를 총괄하는 동시에 매입·매각자문 팀장을 맡아 거래를 직접 챙기고 있다. 한국에 머물렀던 지난 9년 동안 의미 있는 거래도 많이 주선했다. 그중에서도 그는 2012년에 매각을 주선한 명동 센트럴 빌딩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명동 센트럴 빌딩은 매각 당시 공실률이 50%에 달해 파는 것이 쉽지 않은 상태였으나 JLL은 오피스를 호텔로 전환해 자산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매각에 성공했다.

그는 "당시는 호텔 호황기의 시작이었다"며 "일본 관광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중국 관광객이 유입되고 있었으며 위치도 좋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에서 미래를 그리는 이방인=크렉 대표는 한국 사회를 잠깐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머물며 미래를 그리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한국 사회에 치열하게 적응하는 동시에 그만이 볼 수 있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주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JLL 코리아를 이끄는 데서도 이러한 면모가 묻어난다.



여의도 IFC 빌딩에 자리 잡고 있는 JLL 코리아 사무실에는 고정석이 없다. 지난해 12월 광화문에서 여의도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스마트 오피스를 표방하며 지정석을 없앴기 때문이다. 140여명 되는 직원들의 자리가 매일 바뀐다.

크렉 대표는 "공간에 변화를 줌으로써 보다 개방적이고 협업적인 업무환경을 만들고자 했다"며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별로 팀이 모여 근무하게 되다 보니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으며 불필요한 서류를 쌓아놓지 않다 보니 업무 효율성도 향상됐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울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크렉 대표는 "서울은 전 세계 다른 대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폭과 길이가 긴 한강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에서 근무한 지난 9년 동안 한강 주변에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더 발전할 여지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크렉 대표는 "다음 목표는 한국에서의 사업을 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역동적인 시장이고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한국에 머물고 싶다"고 전했다.

He is…
△호주 애들레이드 △호주 플린더스대 경제학·회계학 학사, 도시지리학 부전공 △2003~2005년 JLL 대만 타이베이지사 근무 △2006~2007년 JLL 코리아 리서치 총괄팀장 △2007~2010년 JLL 코리아 매입·매각자문 총괄팀장 △2011년~ JLL 코리아 대표이사 및 부동산 매입·매각자문 총괄



"한국 상업용 부동산 잠재력 높아… 올해도 20명 인력 충원 계획"

"지난해부터 인력 충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도 약 20명의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를 새로 뽑을 계획입니다."

스티븐 크렉 JLL 코리아 대표는 앞으로도 공격적인 인력 보강을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JLL이 이처럼 꾸준히 인력 충원에 나서는 것은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크렉 대표는 지난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의 오피스 시장에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오피스 시장이 체계를 잡아간 것처럼 물류·리테일 등 다른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점차 성숙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실제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상업용 오피스빌딩 시장에서는 전세구조를 활용한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거의 사라졌다"며 "임대인들은 본인의 부동산에서 보다 안정적인 수익에 기반한 현금흐름을 가져가는 것을 선호하고 임차인들도 운영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이 묶여버리는 사태를 기피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성숙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재력이 큰 물류와 리테일 시장도 앞으로 체계적인 정보가 쌓이고 투자 및 운용 방식이 진화하면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리테일 시장은 항상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성장했다"며 "JLL도 이에 맞춰 지난 몇 달간 리테일서비스팀을 새롭게 개편하고 있고 관련 인력도 1년 사이 3명에서 7명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JLL은 올해도 리테일 인력을 추가로 충원할 계획이다. 그는 "물류의 경우에는 타 투자 물건 대비 기대수익률이 높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며 "실제 최근 JLL이 관리하고 있는 자산 중 물류 자산도 어느 때보다 많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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