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아이언을 믿어라.' 어느 골프용품 브랜드의 이 광고 카피는 골프 맛을 아는 사람이 만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리에 따라 클럽을 다르게 선택하는 맛이 있고 그 결과에 따라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골프의 큰 재미 가운데 하나다.
여성 가운데 이런 맛을 아는 골퍼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일부 상급자를 제외하면 여성 골퍼 대부분의 고민은 아이언 샷의 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18홀을 돌다 보면 드라이버-우드-우드-우드-우드-웨지-퍼터로 끝내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앞서 피팅에 관심을 가지는 여성 골퍼에 관해 언급했다.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피팅을 해본 적이 없는 여성 골퍼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필드를 얼마나 자주 나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여성 골퍼들은 아이언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 몇 번 아이언 클럽을 잡든 별로 거리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드라이버나 우드에 비해 '찍어' 쳐야 하는 아이언 샷의 메커니즘이 여성이 실행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피팅의 관점에서 보면 가격이나 맹목적인 브랜드 선호도도 하나의 원인이다. 50대 여성 골퍼 A씨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A씨는 실력이 향상되지 않아도 클럽 탓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분은 최고급 브랜드의 비싼 클럽을 사용해왔는데 그렇다 보니 '클럽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했다.
스윙 분석 결과 그는 50대 여성이지만 파워 스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당 진동수(cpm)로 나타내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샤프트의 경도가 너무 낮았다. 너무 약한 제품에 복종하며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거리와 방향성에서 큰 손해를 본 것이다. 클럽에 몸을 맞춘 전형적인 경우다.
다음의 증상이 있으면 꼭 클럽을 점검해볼 것을 추천한다. ▦드라이버ㆍ우드ㆍ아이언 샷의 거리가 전반적으로 너무 짧다. ▦잘 맞은 드라이버 샷이 일관되게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가는 빈도가 높다. ▦모든 번호의 아이언 샷 거리가 거의 똑같다. ▦50야드 이내 거리에서 뒤땅치기나 토핑이 자주 난다.
여성들이 본인의 힘과 헤드스피드에 맞는 스펙을 알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클럽을 선택할 때 자신과 맞춰야 할 것은 스펙이지 가격이나 브랜드가 아니다. 피팅 전문점에서 클럽을 점검하는 게 한 달 동안 연습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해봤으면 한다. 즐거움을 위한 운동이기에 스트레스 덜 받으며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당연한 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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