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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 한두 명은 날리겠다."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달 2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총리로 지명되기 전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선 실세 논란 등 잇따른 공직 기강 해이 사태에 대해 국무위원 해임건의권과 내각 통할권을 확실히 행사하겠다는 의지였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총리는 총리이고 부총리는 부총리"라며 내각에 대한 일사불란한 통솔도 다짐했다.
하지만 언론과 국회 인사청문특위 검증 과정에서 이 총리에게 제기된 도덕성 의혹이 완벽하게 소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총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 정부 들어 총리 후보직에서 낙마한 김용준·안대희·문창극 후보자의 도덕성 의혹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은데도 임명동의안이 처리된 것은 총리 지명 직전까지 여당 원내대표 프리미엄에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지역 기반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당정청은 이번에 박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우려를 들어 임명동의안을 강하게 관철시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총리 낙마를 끝까지 고집하다가는 충청권 민심이 이반할 수도 있다고 보고 우여곡절 끝에 표결처리에 응했다. 본회의 전 야당 의원총회에서 본회의를 보이콧하거나 참석하더라도 표결 직전 자리를 뜨자는 주장이 만만치 않았으나 결국 반대 권고를 전제로 자유투표에 맡긴 점도 이 때문이다. 이 총리가 원내대표 시절 야당에 공을 들였던 것도 보이콧이라는 불상사를 막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이 총리가 깊은 상처를 딛고 책임총리로 발돋움할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 특히 새정치연합이 자유투표에 응함으로써 2월 국회 일정이 파행할 가능성이 사라졌다. 당청이 후속 개각과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후속 인사를 통해 국정동력 회복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 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와대가 인사를 다 하고 총리를 형식적으로 만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 질문에 "(그렇게 되면) 총리를 그만두겠다. 그만두겠습니다"라고 거침없이 답했다. 전날 청문회에서도 "총리가 되면 국무위원 해임건의, (임명)제청권을 정확히 행사하겠다"며 책임총리 의지를 피력했다.
또 친화력이 뛰어난 이 총리가 원내대표 시절 보여줬던 야당과의 우호적 관계를 복원하면 청문회 과정의 부정적 이미지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11일 청문회에서도 "야당을 국정의 중요 축으로 인정하고 존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호흡이 잘 맞지 않는 점에서 이 총리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 차 레임덕 우려에서 가장 믿을 사람이 이 총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하면 이 총리는 기회보다는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주변 환경이 녹록지는 않지만 이 총리가 내각을 효과적으로 통솔하며 당과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할 경우 책임총리의 위상에 걸맞은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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