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이 한국 정부 측에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시행 유보를 공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21일 “오바마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실무진이 한국 정부에 저탄소차 협력금제 시행을 미뤄달라고 공식 건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부 또한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 등을 감안해 제도시행 유예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중인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이 제도는 당초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해 같은 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문제 제기로 시행이 2015년 1월로 연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공식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여 시행이 또 한 차례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환경부 주도로 시행이 추진되고 있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보다 많은 차를 사면 부담금을 매기고 기준보다 적은 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국내서 팔리는 자동차 중 유럽의 클린 디젤차와 일본 하이브리드차가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된다.
미국 측이 정상회담이라는 통로를 통해 제도 시행 유보를 요청하려는 이유는 미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아직까지 대형차가 주력 제품이고 연료 절감 기술이 유럽에 비해 취약하다. 실제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시행하면 미국 차량 구매자는 대당 평균 504만1,000원의 부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들도 국내 자동차업계의 거센 반발로 제도시행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될 경우 국산차는 대당 평균 108만5,000원의 부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신 연비 좋은 독일차를 사는 사람은 보조금을 받게 된다.
한편 프랑스는 이 제도와 유사한 ‘보너스-맬러스’ 제도를 지난 2008년부터 시행 중이다. 프랑스의 경우 자국 브랜드 점유율이 제도시행 4년 만에 52.8%에서 48.2%로 4.6%포인트나 감소한 반면 독일 업체의 점유율은 7.2%에서 8.3%로 1.1%포인트 올라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