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한중간 외교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대화에서 양측은 북핵 문제가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대북 문제에 대해 보다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특히 ‘북핵 불용’이라는 입장에는 어느때보다 강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6자 회담 재개 시점과 조건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미국과 북한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6자회담 재개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반면 한미 양국은 중국측이 제시한 중재안에 불만을 표시하며 보다 직접적인 비핵화 방안을 북한에 요구하는 등 6자회담 재개 방안에 대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양측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문제와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중일 관계가 어느때보다 악화된 상황이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대해 “지역 불안을 초래해서는 안되며 평화적인 방향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대놓고 반대할 경우 미국의 대외 정책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모양새가 연출돼 명확한 반대 성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양측은 이번 전략대화가 사상 처음인 것을 감안, 각 사안에 대한 논의는 개괄적으로 진행하고 전략대화 정례화를 위한 큰틀 잡기에 애썼다는 후문이다.
이번 양측의 대화는 1992년 한중수교이후 양국의 외교안보를 담당하는 고위급 인사간 첫 전략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지금껏 한중 관계가 경제부문은 활성화 돼 있는 반면 정치나 안보 부문의 교류가 미흡한 ‘경열정냉(經熱政冷)’의 관계였지만, 이번 고위급 전략대화를 통해 경제와 정치 부문이 동반 활성화되는 ‘경열정열(經熱政熱)’로 탈바꿈할 주춧돌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양 국무위원은 고위급 전략대화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어느때보다 끈끈해진 한중 관계를 과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양 국무위원을 만나 “이번 방한으로 한반도 정세와 양국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외교∙안보 당국자하고 협의를 함으로써 두 나라의 신뢰 관계, 또 유대 강화를 위해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개성공단 3통 문제 등에서 신뢰를 보여야 더 큰 문제에서 신뢰를 갖게 될 수 있다”며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양 국무위원은 “지난 6월 박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은 양자관계의 매우 큰 사변이었으며 우리 양자 관계는 새로운 발전관계에 들어서게 됐다”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적극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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