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무용수들의 군무로 유명한 발레) '스파르타쿠스'를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해당 발레단의 실력을 반증하는 것이죠. 한국의 발레 수준은 매우 높습니다."
국립발레단이 오는 13~15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리는 '스파르타쿠스'의 초빙 안무감독인 러시아 발레계의 거장 유리 그리고로비치(85ㆍ사진)는 9일 기자회견에서 "스파르타쿠스 같은 공연은 발레단이 일정 규모 이상의 남자 무용수를 갖춰야 하고 높은 실력도 받쳐줘야 한다. 내가 만나본 한국 무용수들은 전문성이 높고 매우 부지런하며 열심히 한다"고 호평했다.
스파르타쿠스는 남자 무용수(발레리노)들의 군무가 백미로 '발레는 여성이 한다'는 관념을 깨고 '발레도 스펙터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작이다. 그 만큼 남자 무용수들이 버거워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1956년 초연됐지만 현재까지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작품은 그리고로비치가 소련(현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예술감독 5년 차이던 1968년에 연출한 버전이다.
그리고로비치는 1964년 불과 37세의 나이로 모스크바의 볼쇼이발레단 예술감독에 취임해 볼쇼이발레단을 33년간 이끌면서 '발레=볼쇼이'라는 등식을 만들며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 같은 이전의 작품도 그의 손을 거치면 색달랐다. 그는 특히 스파르타쿠스 등을 통해 여성 무용수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남성 무용수들을 발레 공연의 주역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했다.
본인이 '스파르타쿠스' 무대에 선다면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지 기자들이 묻자 "그것은 부모에게 자식들 중에서 누가 제일 사랑스러운가라고 묻는 것과 같다. 내게는 모두가 소중한 역할들"이라는 말로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천재 무용수는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느 예술과 마찬가지로 발레도 천재 무용수는 타고나는 측면이 많다. 타고난 재능과 이후에 이뤄지는 교육이 모두 중요하지만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천재적인 안무가가 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로비치는 8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각국 순회활동을 벌일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발레에 출연하는 무용수는 매우 젊고 역동적이다. 나도 건강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평소 철저한 건강관리를 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한국은 2년 전에 왔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인천공항에서부터 느껴질 정도로 변화가 빠른 나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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