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월 임시국회(4월7일~5월6일)를 앞두고 각각 우선 처리 법안을 발표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요구한 9개의 경제활성화법 통과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월 임시국회가 4·29 재보궐선거 레이스 도중 열린다는 점에서 민심을 의식한 야당의 협조 가능성이 높지만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팽팽한 기싸움도 예상된다.
22일 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9개의 경제활성화 법안 중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과 보험사의 해외 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2개를 제외한 7개 법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 경제활성화법 30개 중 남은 9개 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크라우드펀딩법 △산업재해보상법 △금융위원회설치법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의료법 2개 등이다.
야당은 지난 19일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다른 법안에서는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의료법에서는 절대 불가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은 재벌 기업과 대형 병원의 수익 창출을 위한 법으로 대형 병원 환자 쏠림을 가속화하고 원격의료장비 구축과 통신비 증가 등으로 환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민간보험사의 해외 환자 유치활동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은 보험사가 해외 환자 유치 업무를 통해 병원과 직접 계약하며 사실상 의료기관을 지배하고 궁극적으로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로 이어져 의료 공공성이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관광진흥법과 크라우드펀딩법은 4월 임시국회 처리 전망이 밝다. 창업 및 벤처기업 자금 조달 지원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도입하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법, 학교 주변에 호텔을 건립하도록 허가하는 관광진흥법은 여야가 처리하기로 이미 합의해 통과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연합은 관광진흥법에 재벌 특혜라고 맞서다가 최근 "여당의 주장대로 관광호텔이 부족하다면 처리할 수 있다. 공실률을 보고 결정하자"고 입장을 선회했다. 관광진흥법은 '땅콩 회항'으로 홍역을 치른 대한항공의 호텔사업과 맞물려 여론의 추이가 중요하지만 당내의 '무조건 반대' 목소리는 크게 줄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17일 박 대통령과 김무성·문재인 양당 대표 회동에서 처리 방향에 대한 의견이 모아졌다. 김 대표가 의료·보건 분야를 제외하면 처리 가능하다는 문 대표의 제안을 수용한 만큼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 민영화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어 야당이 가장 심하게 반대한 법안이지만 청년 일자리 창출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관련 분야를 빼고 여야가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의료와 보건도 포함해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위임하겠다"고 말했지만 대통령과 두 대표의 합의 사항을 거스르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금융위설치법은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을 떼내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만들어 금융상품 판매 인허가에서 소비자 분쟁 조정까지의 전과정을 다루는 신설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야당은 금감원 분리와 함께 금융위를 분리해 금융소비자원의 상위 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만들어 국회에 인사·예산권을 부여하는 안과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자는 안 등을 제시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반대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에는 여야가 공감하는 만큼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는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여당에서 일부 의원만 반대하고 있는 만큼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과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역시 아직 여야의 의견이 다르지만 합의 추진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의료 영리화뿐"이라며 해당 의료법에는 반대하지만 나머지 7개 법안은 정부·여당과의 조율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4월 임시국회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을 삽입하는 국민건강진흥법, 어린이집 CC(폐쇄회로)TV 설치 의무화를 위한 영유아보육법 등의 처리 여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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