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상은 아티스트입니다”
27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티스트’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의상상, 음악상 등을 거머쥐며 5관왕에 올랐다.‘아티스트’는 1930년대 할리우드 유성(有聲)영화의 등장으로 희비가 엇갈린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그린 흑백무성영화. 무성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받은 것은 29년 ‘날개’이후 처음이고, 프랑스 영화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것 역시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 이다. ‘아티스트’의 어떤 매력이 아카데미를 사로 잡았던걸까.
◇복고에 대한 향수=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아티스트’가 아날로그적 정서를 내세워 보수적인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고 수상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티스트’가 웰메이드 영화임은 확실하지만 무성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와 비교했을 때 압도할 만한 그 무엇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그럼에도 ‘아티스트’가 유럽에서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아카데미에서 수상을 한 것을 보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안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 무엇, 이를테면 무성영화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지난 16일 개봉한 ‘아티스트’는 27일까지 약 5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아티스트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 독립, 저예산 영화 등 소규모 개봉영화만 별도로 집계하는 ‘다양성영화’ 부문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규모 상업영화까지 포함한 순위에서는 10위권 밖에서 고전하고 있다.
◇‘영화사’를 돌아보다 =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큰 맥락은 ‘영화사에 대한 고찰’이다. 그간 아카데미의 주류는 액션과 스피드, 스펙타클을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였다.
하지만 흑백영화 ‘아티스트’에 오스카 트로피를 건네준 것은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한다.
2012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티스트’와 경합을 벌인 ‘휴고’역시 주인공인 어린 소년(휴고)의 눈으로 예술가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오마주(존경의 표시)를 담아내고자 한 작품이다. 조르주 멜리에스는 초기 형태의 특수 효과를 선보여 공상과학 영화의 효시로 불리는 ‘달나라 여행’을 만든 영화감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진지한 메시지를 담고 있음에도 ‘휴고’는 화려한 3D 기법과 가족영화(전체관람가)라는 외피를 입고 대중에게 다가갔다.
이에 대해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휴고’역시 영화 역사를 다룬 측면이 있지만 3D 기법 등 기술적 부분에 중점을 두고 상업적 측면을 강조했다”며 “마틴 스콜세지 같은 거장이라면 충분히 진지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메시지였음에도 가족영화라는 느낌 때문에 진지한 이야기가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화 역사를 원초적으로 진중하게 다룬 ‘아티스트’가 이 같은 부분에서 아카데미의 마음을 흔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아티스트’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 수상을 휩쓴 데 비해 ‘휴고’는 촬영상, 미술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시각효과상 등 기술상에 해당하는 5개 부문을 수상한 것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