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말과 거짓말의 차이를 말하세요
희망과 공포의 관계를 논하세요
개인·국가적으로 가치일원주의 설명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 약화로 수시모집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시 면접 전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대학들이 면접 비중이 높고 내신성적과 비교과 성적 모두를 반영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앞다퉈 강화하고 있어 면접고사가 입시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면접고사 일정은 학교와 모집 유형별로 수능 고사일(11월12일) 전후로 나뉘어 있고 면접 방식도 모두 다른 만큼 사전에 이를 명확히 숙지해 대비해야 한다.
수시모집의 면접 전형은 학생부 종합 전형, 학생부 교과 전형, 특기자 전형 등에서 실시한다. 최근의 출제 경향은 면접고사에서 지필고사를 지양하라는 교육 당국의 방침과 선행학습 금지법 시행에 따른 영향으로 문제풀이 식 면접보다는 학생부와 서류를 바탕으로 한 인성 면접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경우 제시문을 활용하는 심층면접 방식 비중이 높아 평소에 이에 대한 대비가 요구된다.
주요 대학별로는 서울대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일반전형)과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면접을 실시하고 연세대는 학생부종합전형인 학교활동우수자전형과 특기자 전형, 고려대는 학생부 종합전형 중 학교장추천전형과 융합형인재전형, 특기자전형에서 각각 면접을 실시한다.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 면접은 11월20일(일반 학과)과 11월21일(의대·치의학과·수의학과) 실시되고 지역균형선발전형은 11월27일과 28일 실시된다. 일반전형 면접은 1단계 서류평가 결과 발표시에 심층면접을 실시하는 '면접 및 구술고사Ⅰ'과 인성 면접을 중심으로 하는 '면접 및 구술고사 Ⅱ'로 대상자를 구분 발표하는 게 특징이다.
연세대는 국제 인재(10월17일)와 인문·사회·과학인재(31일) IT명품인재(10월31일~11월1일) 등 특기자전형 면접은 수능 전에 실시하고 창의인재전형과 학교활동우수자면접은 수능 후인 11월21일과 22일에 실시한다. 고려대도 특기자전형인 과학인재전형과 국제인재전형은 수능일 이전인 10월24~25일 각각 면접고사를 실시하고 학교장추천전형 면접과 융합형인재면접은 수능 뒤인 11월14~15일과 11월28~29일에 각각 실시한다.
이밖에 수능 전에 면접고사를 치르는 대학들이 상당수다. 서강대는 특기자전형 면접을 수능 전인 10월18일에 실시하며 한국외대는 10월17일, 국민대는 10월17일과 18일로 면접고사일정을 짰다. 이화여대 미래인재전형, 건국대 KU자기추천전형, 중앙대 다빈치형 전형도 각각 10월24~25일 면접을 치른다. 숙명여대 숙명미래리더전형은 10월31일, 숙명과학리더전형 면접은 11월1일에 실시한다. 한양대 글로벌 인재 특기자전형은 1단계 외국어 에세이를 10월10일, 2단계 외국어 면접을 10월24일에 각각 실시한다.
면접고사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각 대학들은 수시 전형 면접 기출 문제를 공개해 학생들의 입시 준비를 돕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 등은 면접고사 문제를 올 들어 최초로 공개했다. 논술 문제와는 달리 면접 문제가 모두 공개된 것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의 입시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는 웹진을 통해 2015학년도 일반전형 면접 문제를 각 교과 및 계열별로 공개했다. 서울대가 인문학과 사회과학 지문 및 문항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문학에서는 '빈말'과 '거짓말'에 대한 제시문을 주고 거짓말도 빈말도 아니지만 듣는 이를 오도(誤導)하는 말의 사례와 거짓말보다 빈말을 더 빈번히 하는 원인을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또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에 대한 제시문을 주고 책에서 읽은 인물을 토대로 긍정적 사고를 하는 사람과 부정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각각 그 인물의 삶을 어떻게 평가할지 설명하라는 문장이 나왔다. 사회과학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영문 제시문과 미국 대통령 선거의 청년층 투표율에 대한 그래프를 주고 이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 내용과 우리나라 선거제도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문항 등이 출제됐다.
연세대는 2015학년도 인문사회과학인재·과학공학인재·IT명품인재 등 특기자전형 문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중 과학공학인재 계열에서는 제시문을 통해 정리·증명·정의에 대한 설명을 준 뒤 즐거움·희망 등 각 단어에 대한 정의와 관련 정리 문항들을 제시한 다음 희망과 공포의 관계를 명확하게 논하고 '나쁜 스트레스를 극복해내는 즐거움은 선이다'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고려대는 '가치 일원주의'의 귀결을 개인적·국가적 차원으로 설명하고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파악하는 문제와 공자 사상이 갖는 한계를 유추해 지원자의 논리적 사고를 평가하는 문제 등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면접고사를 잘 치르려면 이와 같은 지원 대학과 모집단위(계열)의 출제 경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형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면접 유형과 평가 방법을 사전에 숙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면접은 자기소개서·학생부 등 제출된 서류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고 지원자 개인의 학업역량·인성·전공적합성·창의성 등을 심층적으로 평가하는 게 목적인 만큼 학교별로 서로 다른 제출 서류의 내용도 사전에 숙지해야 한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제시문을 활용한 면접은 꾸준한 독서를 바탕으로 논제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한편 각 과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며 "지원 대학의 인재상과 건학 이념, 대학 입학 뒤의 학업 계획과 졸업 후 진로 계획 등 예상되는 질문에 미리 대비해 실수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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