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보의 놀라운 성과는 척박한 연구환경을 딛고 이룬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KAIST팀을 이끈 오준호 교수는 2001년부터 연구비 지원도 없이 학생들과 외국 잡지를 뒤져가며 몰두한 끝에 2004년 말 휴보를 탄생시켰다. 한마디로 열정과 헝그리 정신으로 개발 초기의 열세를 14년 만에 극복해낸 것이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이런 '오기 DNA'가 통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일부 연구진의 열의에만 의존하는 성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내 로봇산업은 세계 4위권(약 2조2,000억원)의 외형에 비해 내실은 아직 허약한 편이다.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이 낮아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진단도 나온다. 일본 등이 장악하고 있는 산업용 로봇에서 특히 그렇다. 다행히 한창 기술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인간형·교육용 로봇에서는 우리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 휴보의 우승이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재난·의료·군사·교육 등으로 활용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로봇산업은 해마다 2∼3배씩 성장하는 신성장동력이다. 각국이 너도나도 로봇산업 육성에 팔을 걷고 나선 까닭이다. 우리 정부도 2018년까지 로봇산업에 63억달러를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제2, 제3의 휴보'가 나오기 위해, 또한 로봇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꾸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더불어 장기적 전망에 따른 투자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휴보의 우승은 시작일 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