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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의 술술-미술] 억! 소리 나는 미술경매

45억2,000만원. 가장 값비싼 우리나라 미술품의 경매 낙찰 가격이다.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빨래터'는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그림은 최고가 신기록이라는 영예에 뒤따른 위작 시비로 법정 공방을 벌이며 유명세를 치렀다. 두 번째로 비싼 작품은 2010년 6월 서울옥션에서 거래된 이중섭(1916~1956)의 '황소'로 35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그다음 고가 낙찰작은 2012년 9월 K옥션에서 거래된 '퇴우이선생진적첩'으로 34억원에 팔렸다. 보물 제585호인 이 고미술품은 퇴계와 우암의 글씨에 겸재의 그림이 곁들여진 그야말로 '보물'이었다. 뒤이어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인 김환기의 대표작 '꽃과 항아리'가 30억5,000만원의 거래기록을 갖고 있다.

국내 미술품 경매는 보통 일 년에 4번, 분기별로 열리며 중간중간에 소규모 기획 경매와 온라인 경매, 자선경매 등이 끼어든다. 경매에 나오는 작품의 구입 여부를 보고 확인하고 감동한 후 결정할 수 있게끔 경매 전 약 일주일 동안 '프리뷰'라는 사전전시가 열린다.

부동산 경매에서 '감정가'가 있듯 미술 경매에는 '추정가'가 있다. 미술품은 공산품과 달리 같은 작가의 같은 크기 작품이라도 가격이 다르고 따라서 정찰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술 전문가들이 시장가격을 추정해 '구입 적정 가격'을 추정한 것이다. 작품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수요와 공급도 가격 판단에서는 무시 못할 기준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모르는 '내정가'라는 게 있다. 작품을 팔려고 내놓은 위탁자와 경매회사가 '비공개'를 원칙으로 사전에 합의한 최저 낙찰 가격인데 일반적으로는 낮은 추정가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보통 내정가보다 10~20% 낮은 금액에서 '시작가'가 책정돼 경매가 시작된다. 시작가부터 구매 경쟁이 붙었으나 내정가를 넘기지 못하면 작품은 낙찰되지 않는다. 따라서 '추정가 2,000만~4,000만원의 세 배 수준인 1억원에 낙찰됐다'는 식의 경매기사의 행간에서 해당 작품이 시장 일반 거래가 이상으로 수요가 많았음을 읽어낼 수 있다.



작품을 팔려고 내놓는 사람은 위탁 수수료를, 구매한 사람은 낙찰 수수료를 경매회사에 지불하는데 1억원 이상의 작품에는 10% 정도, 그 이하는 12~16.5% 수준의 수수료가 각각 부가된다. 수수료를 지불해가면서 갤러리가 아닌 경매회사에서 그림을 사는 이유는 이미 누군가의 소유였던 탐나는 물건이 다시 시장에 나왔고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그 작품을 못 만날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다.

국내 미술품 경매회사는 서울옥션과 K옥션을 양대 축으로 마이아트옥션·아이옥션·옥션단 등이 꾸준히 경매를 열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양대산맥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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