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딥(삼중 경기침체)'의 기로에 선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이 10월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특히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제조업이 크게 반등하며 침체 우려를 불식시켰다. 앞서 중국도 예상을 웃도는 제조업 지표를 발표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4·4분기 성장률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경기 추이가 불안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는 23일 10월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전월(50.3)보다 높은 50.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49.9에 그칠 것이라던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PMI는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확장을, 50에 못 미치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르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유로존이 경기침체로 빠지는 건 어느 정도는 피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발표된 서비스업 PMI는 전월과 같은 52.4로 예상치를 웃돌았다.
특히 이날 함께 발표된 10월 독일의 제조업 PMI는 전월 대비 2포인트 가까이 높은 51.8을 기록, 예상치인 49.5를 크게 웃돌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경기가 더 깊은 슬럼프에 빠지지 않을 것임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친 독일의 종합 PMI 예비치는 54.3으로 전월(54.1)보다 0.2포인트 올랐다. 다만 유로존 경제규모 2위인 프랑스의 10월 제조업 PMI는 47.3으로 예상을 밑돌았다.
다만 유로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로이터통신은 "10월 PMI가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 부담을 다소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세부적으로는 신규 주문이 감소한 점이 불안요소"라고 지적했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도 "비용절감과 판매촉진을 위해 감원과 가격인하로 내몰리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 회복세가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앞서 발표된 중국의 10월 HSBC PMI 잠정치도 50.4로 시장 전망치인 50.2를 소폭 웃돌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수치는 중국 경제가 부동산 경기 위축을 극복하고 있다는 징후"라며 "9월 수출증가율이 15.3%를 기록한 점도 경기회복의 신호"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기 회복세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제기된다. 셴전광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PMI 수치가 회복하긴 했지만 공장생산은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중국 정부는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보다는 구조개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