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차 필요하지 않으세요."
신호대기 상황에서 누군가 운전석 유리창을 두드렸다. 한국GM의 쉐보레 동서울대리점 이경희(54·사진) 카매니저는 앞에 정차한 낡은 마티즈 운전자에게 다가가 명함을 주며 말을 건넸다. 운전자는 처음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는 이 매니저에게 금방 마음을 열었다. 3일 후 마티즈 운전자는 동서울대리점을 방문해 쉐보레의 경차 스파크로 차를 바꿔 갔다.
이 매니저는 지난해 총 231대의 쉐보레 차량을 판매해 판매왕에 올랐다. 4·4분기에만 77대를 판매했다. 한국GM이 지난해 국내시장 판매량이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그는 판매왕에 오른 비결에 대해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내 일에만 몰두한 것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지난 1990년 10월 대우자동차로 입사해 25년 동안 자동차 판매에만 매진해온 이 매니저는 대우차가 부도 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는 매일 아침7시 출근해 저녁10시에 퇴근하고 한 달에 명함 1만5,000장, 하루에 100통 가까운 전화를 주고받는다.
이 매니저는 일주일에 세 번씩 꼭 경동시장이나 평화시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재래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적힌 볼펜이나 부채 등 판촉물을 나눠준다. 사람들에게 '자동차=이경희'라는 인식을 남기기 위해서다.
시승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 역시 판매량을 늘리는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쉐보레 차가 과거 대우자동차보다 품질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선입견을 갖는 고객이 많아 사비를 들여서라도 다양한 시승차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는 "차를 막상 타보면 쉐보레 품질에 만족하는 고객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 실적이 우수한 영업사원들을 초청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진행하는 빅피니시프로그램에 올해까지 총 네 번 참여했다. 올해 빅피니시는 중국 상하이와 미국 괌에서 진행됐다. 이 매니저는 "혼자 200대가 넘는 차를 판매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고객들의 도움으로 판매왕도 되고 본사 초청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며 "사람 한 명의 마음을 잃는 것은 고객 200명을 놓치는 것과 같다는 생각으로 모두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영업직 후배들에게는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즐기면서 하라"고 조언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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