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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 10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주 리조트 붕괴로 우리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50개월 이상을 견뎌온 건물의 붕괴는 외적 요인의 지배를 받았음이 분명하다. 성급한 일부 학자와 언론 등에서는 우리 사회의 인재라 주장한다. 주범으로 부실시공을 지목했고 마치 국내 건설 전체가 부실산업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사고임은 분명하나 일부 학자그룹의 섣부른 주장이 마녀사냥식으로 부실시공으로 몰아갈 조짐까지 보인다.
섣부른 부실시공 주장 땜질처방 불러
건축구조물은 인허가 과정에서 안전기준과 성능요건 준수 등이 걸러지게 돼 있다. 건축허가 과정에서 해당 시설물의 설계기준이 국가에서 정립한 기준을 충족했는지 여부는 당연히 밝혀진다. 국가기준과 설계기준이 비교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기준을 준수했다면 설계기준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설계기준에 따라 설계가 진행됐으며 설계도면대로 시공됐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기록으로 남게 돼 있다. 차이가 발견됐다면 사용허가를 위한 준공검사 과정에서 제동이 걸린다. 건축물에 대한 국가설계기준은 용도와 크기에 따라 세부사항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내부 하중은 물론 외부 바람, 강우, 지진, 눈 등 기후와 연동된 수치도 고려해 결정한다. 완공된 시설물이 용도와 규모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는 사용 중 검사과정을 거친다. 국내 건축물의 절차상 하자발생 여부는 제3자 판정이 가능하다. 사고 난 시설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다행히 준공된 지 50여개월밖에 경과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분석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당시 정황으로는 국가기준과 설계기준을 초과한 외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내린 눈이 100년 만의 폭설이라 할 만큼 경험하지 못한 수치다. 국가 설계기준에는 50㎝ 눈높이를 견딜 수 있도록 돼 있지만 내린 눈이 80㎝ 이상이라고 하니 더욱 그렇다. 면적당 견딜 수 있는 무게보다 작게는 2.5배, 크게는 5배까지 더 무거웠다고 하니 허용기준 값을 넘어설 수 있었다는 예상이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도 설계허용 기준을 훨씬 초과한 천재지변이 주요 원인이었다. 국가기준을 초과한 적설량과 함께 사고 당시 체육관 내부에서 발생한 진동과 눈의 하중이 상호 작용한 공명효과로 인한 붕괴 가능성도 있다.
공학적 분석 통해 외적 요인 선별을
1940년에 붕괴된 미국의 타코마교량처럼 설계기준보다 훨씬 낮은 바람으로 부서진 것과 같은 공진현상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다양한 공학적 분석을 통해 원인분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역사는 실패를 교훈 삼아 발전해왔다. 타코마교량 붕괴를 섣불리 인재로 판단했다면 현재와 같은 교량기술 발전은 있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사고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인은 공학적인 분석을 통해 밝혀야 한다. 설계나 시공의 하자가 있었다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학적 판단보다 섣부른 설에 따라 부실시공이라는 결론부터 내리는 후진적 주장은 자제돼야 한다. 섣부른 주장은 임기응변식 땜질처방으로 끝날 가능성만 키울 뿐이다. 공학적 조사와 분석으로 내린 결론을 근거로 근본적인 처방이 마련돼야 유사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기준의 실패인지 부실공사 때문인지를 먼저 밝히는 게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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