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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느 에뷔테른느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를 만난 것은 1917년 아카데미 콜라로시에서 공부하던 19세의 화가 지망생 때다. 다소 우울하고 내성적이던 잔느는 무려 열네 살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진다. 모딜리아니 역시 다른 관계를 모두 정리하고 동거생활에 들어간다. 당시 그의 작업실을 마련해주고 적으나마 후원금도 내놓던 레오폴드 즈보로프스키 역시 둘 사이를 응원했다. 그만큼 모딜리아니는 빠르게 안정감을 찾았고 25점 넘는 잔느의 초상에서도 그만의 뚜렷한 개성을 드러냈다. 얼굴과 목은 길게, 그녀의 내향성을 보여주듯 눈은 동공 없이 푸르게 그려졌다. 잔느는 그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는 '뮤즈'였지만 즐겨 그리던 누드화는 한 작품도 없다. 심지어 그림 속에는 목 위까지 가리는 스웨터를 입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림 속 목을 둘러싼 스웨터의 둥근 형태와 아우라처럼 머리를 감싼 모자에서 한 평론가는 헌신적인 사랑을 읽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그의 내적인 측면은 잔느로 인해 좋아졌지만 작가로서의 상황은 여전히 어려웠다. 작품은 팔리지 않았고 그해 가을 즈보로프스키의 지원으로 열린 처음이자 마지막 개인전도 엉망이 된다. 이번 전시에도 나온 작품 '머리를 푼 채 누워 있는 여인의 누드'를 경찰이 외설적이라고 판단해 전시를 막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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