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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선체 인양 약속했지만… 유족 못만나고 분향도 못해

■ 348일만에 팽목항 방문

진상규명 부실 항의표시로 유족들 분향소 임시 폐쇄<br>유기준 해수부 장관 등이 실종자 슬픈 사연 설명<br>박근혜 대통령 말없이 듣기만<br>추모일정 등 어그러져… 해외 순방도 3시간 지연

세월호 참사 1주년인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좌석이 비어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팽목항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항의의 표시로 분향소 문을 걸어 잠그고 잠시 팽목항 현장을 떠났다. /진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정오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유가족들을 만나 슬픔을 위로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없었다. 세월호 진상규명에 정부가 제대로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분향소를 임시 폐쇄하고 현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이 박 대통령과의 만남을 사실상 '보이콧'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슬픔과 회한의 상징이 된 팽목항을 찾은 것은 지난해 5월4일 이후 348일 만이다. 이날 팽목항 방문에는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등 청와대 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을 제외한 9명의 수석비서관,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동행했다.

박 대통령은 유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채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 이낙연 전남지사의 안내를 받아 분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 대통령은 분향소에서 헌화와 분향을 하려고 했지만 문 앞에 테이블과 실종자 사진 패널이 놓여 있어 분향소에 들어가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유가족들이 분향소 입구를 미리 차단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실종자 9명의 사진을 하나하나 바라볼 뿐이었다. 유 장관과 이 전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실종자들의 슬픈 사연을 설명했고 박 대통령은 말없이 듣기만 할 뿐이었다.



박 대통령은 분향소 옆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임시 숙소를 둘러본 뒤 방파제로 이동해 대국민발표문을 낭독했다. 유가족 없이 낭독한 대국민발표문은 팽목항의 을씨년스러운 바람처럼 스산하기만 했다.

유가족들의 반대로 박 대통령의 현장추모 일정과 내용이 어그러진 데 이어 중남미 4개국 순방도 차질을 빚었다. 당초 대통령전용기는 팽목항에서 가까운 광주공항에서 박 대통령과 참모진을 태우고 오후1시40분쯤 이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팽목항 일정이 차질을 빚은데다 서울에서 박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추가로 보태지면서 전용기 이륙시간은 오후5시30분으로 연기됐다. 해외순방 일정이 4시간가량 지연된 것이다. 이날 오전 서울공항으로 출발했던 청와대 기자진은 버스를 돌려 다시 청와대로 돌아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현장추모와 해외순방 일정이 하루 종일 혼선을 빚으며 오락가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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