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종합상사에서 근무하는 김지태(가명)씨는 지난 2011년 1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도쿄에서 해외생활을 시작했다. 김씨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일한 곳은 고급 상점가인 긴자에 있는 초밥집이었다. 그 초밥집은 미쓰비시상사와 마루베니 등 일본 대형 종합상사들의 직원들이 특히 자주 찾는 곳이었다. 그는 "그 사람들이 돌아가고 나면 일본인 주방장이 저 사람들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면서 상사맨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해줬다"며 "매번 이어지는 지나친 칭찬에 오기가 생겨 그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회고했다.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면서 김씨는 3개월간의 짧았던 도쿄 생활을 접고 귀국해 대학에 복학했다. 그는 "종합상사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역실무 경험'과 '외국어 실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다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는 '글로벌 무역 인턴십'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류와 면접전형에 합격해 글로벌 무역 인턴십 8기로 선발됐다. 프로그램은 1개월간 국내에서 무역이론과 비즈니스 외국어를 익히고 6개월간 해외에 파견되는 과정이었다. 그가 파견된 곳은 국내 한 종합상사의 도쿄법인이었다. 김씨는 "파견 첫날부터 일본어로 전화 응대를 했고 일주일이 지나서는 한국과 일본 엔지니어 간 미팅에 동행해 통역을 전담할 수 있었다"며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후 인턴 사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신규 거래처 발굴 업무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인턴 5개월차로 접어든 2013년 1월 그는 일본 대형 종합상사의 설명회에 참석했지만 한국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 없다는 사실만 알게 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인턴을 마치고 귀국한 뒤 다시 취업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 KOTRA 주관의 일본 기업 취업박람회가 5월 말에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참가기업 명단에서 일본의 한 대형 종합상사를 발견했고 당장 원서를 작성해 지원해 서류전형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최종 면접장에서 그는 일본 대형 종합상사만을 바라보며 준비해온 취업과정을 차근차근 풀어갈 수 있었다. 그는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올해 그 회사에 입사했다. 일본인 동기만도 170명이다.
해외취업 전문가들은 해외 기업의 경우 채용시 스펙·학력보다는 구직자의 열정과 의지, 기업에 대한 관심도 등을 먼저 살핀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자리의 국경이 희미해지는 글로벌 시대에 해외취업은 열정과 능력이 있는 우리 청년들에게 보다 큰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며 "해외 기업은 스펙과 학력 등이 아닌 구직자의 경력, 어학능력, 기업에 대한 관심도를 중점사항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 등으로 한국의 국가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구직자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유리한 여건도 조성되는 분위기다. 실제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은 2010년 4만8,744곳, 2011년 5만1,504곳, 2012년 5만3,975곳, 2013년 5만5,327곳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정부의 해외취업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대한민국 청년이 세계를 움직이는 K무브(K-Move)'를 공약으로 내걸고 청년의 해외진출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이는 K무브 스쿨, 멘토단, 센터, 해외취업 성공장려금 등 관련 정책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한국 구직자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우선 해외취업에 대한 거부감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만 19~39세 청년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73.4%는 취업이나 창업을 위해 해외에 진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희망직종은 사무ㆍ서비스 35.1%, 공공ㆍ사회서비스 19.4%, 제조 13.4%였고 선호지역은 북미 36.2%, 유럽 28.8%, 아시아 26.6% 순이었다.
해외 취업ㆍ창업 준비시 애로사항으로는 44.4%가 의사소통을 꼽았고 18.2%가 해외진출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답했다. 정부에 바라는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지원정책은 해외 일자리 정보 제공(27.3%), 해외진출 상담센터(21.4%), 멘토링 지원(15.8%)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청년들은 정부의 다양한 정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 사무총장은 "국내취업과 달리 해외취업은 정부 등 신뢰성 있는 기관을 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안전한 방법"이라며 "해외취업·인턴·워킹홀리데이 등을 빙자하면서 청년을 속이려는 기관이 상당수 있으므로 이를 감안할 때 정부와 검증된 기관 등을 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해외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얻는 데 이들 기관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사무총장은 "해외취업을 희망하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잘 모르는 청년이 대다수"라며 "고용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한국무역협회·KOTRA 등 기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를 참조할 만하다"고 말했다.
고용부와 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월드잡 사이트(www.worldjob.or.kr)가 참조할 만한 대표적인 사이트다. 이곳에서는 국가별 해외 일자리 및 취업 정보, K무브 스쿨 등 연수 정보, 멘토링 커뮤니티 정보 등을 제공한다. 정부는 연내 해외통합 정보망을 구축해 해외취업ㆍ인턴ㆍ봉사ㆍ창업 관련 콘텐츠를 취업자들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고용ㆍ외교ㆍ산업ㆍ교육부와 KOTRA·KOICA 등 관계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를 벌이고 있다.
해외취업을 희망한다면 K무브 멘토 제도를 이용해볼 만하다. 고용부는 현재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K무브 멘토단 100명을 선정,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국가ㆍ연령대로 분포돼 있으며 상담부터 해외 현지 정보까지 온오프 라인 멘토링 활동을 하고 있다. K무브 멘토링을 활용한 청년의 수는 지난해 225명에서 올해 802명으로 급증했다. 멘티는 월드잡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 모집하고 있다.
해외취업 관련 맞춤형 교육 받기도 추천된다. 무협 무역아카데미는 해외 인턴 경험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글로벌무역인턴십 과정, 해외취업을 위한 실무중심형 정보기술(IT) 전문가를 훈련하는 스마트클라우드마스터 과정, 섬유소재 및 의류산업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섬유수출전문가 과정 등을 마련하고 청년인력들의 해외 인턴십·취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구인처가 요구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해외취업으로 연계하는 K무브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K무브 스쿨에는 IT·건설·헤어미용 등 5월 현재 22개 과정이 개설돼 있으며 앞으로 과정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해외취업은 국내취업에 비해 돌발변수가 많기 때문에 사후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고용부는 현지에 K무브센터를 설치해 기취업자 사후관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센터는 미국 실리콘밸리, 일본 도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독일 함부르크, 베트남 호찌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중국 베이징 등에 설치돼 있으며 해외취업자들은 현지에서 어려운 점이나 상담 받을 일이 있을 경우 이 센터를 활용할 수 있다.
해외취업을 생각한다면 비자 발급 등이 마지막으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현재 영국 런던에 위치한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는 임지연(가명)씨는 "해외취업의 가장 큰 난관이라면 비자 문제가 아닌가 싶다"며 "영국의 경우 회사 스폰서가 없으면 취업 비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랜 기간 알아본 뒤 Tier1 이민 비자의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4개월에 걸친 서류준비 끝에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독일의 한 유명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는 정철민(가명)씨도 "예전 회사에 들어갈 때 취업시 취업 비자로 바꿔준다는 조건으로 입사했지만 추후 특정 직군은 비자를 발급받기 힘들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결국 비자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지금의 회사를 찾아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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