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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판 '마른의 택시'된 안산개인택시조합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9월3일 독일군이 파리에서 40㎞ 떨어진 곳까지 진격해오자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은 파리 수성전략을 고민했다. 며칠 뒤 연합군은 독일군과 대치하고 있던 파리 근처 마른(marne)강 유역으로 프랑스군 6,000명을 수송하기 위해 택시 600대에 징발을 통고했다. 그러자 운전기사들은 기꺼이 "전쟁터로 가야 한다"면서 택시를 타고 있던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했다. 덕분에 전선에 집결한 프랑스군은 영국군과 함께 1주일간 치열한 전투를 벌여 독일군을 물리치고 파리를 지켜냈다. 절체절명의 파리를 구하고 1차대전의 물꼬를 바꾼 것으로 유명한 '마른의 택시' 일화다. 역사는 마른 전투를 지금도 '국민적 연대'의 상징으로 기록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피해자 가족들에게 무료로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안산 개인택시조합의 사례는 마른의 택시에 비견할 만하다. 사고 다음날인 지난달 17일부터 개인택시조합 소속 기사들은 진도·목포는 물론 장례식장이 있는 안산·시흥·수원 등을 오가며 피해자 가족들의 발이 돼왔다. 안산에서 진도 팽목항은 403㎞, 목포까지는 330㎞로 4~5시간 거리다. 왕복에만 13만~15만원이 나오는 기름값·도로교통비도 기사들이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안산 개인택시들은 지금도 생존 학생들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오가고 교사들을 학교로 실어나르고 있다.

마른의 택시와 안산 개인택시의 참여방식은 다르지만 국가나 사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기꺼이 고난에 동참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프랑스 군은 나중에 택시기사들에게 요금을 지불했다고 한다. 우리도 안산 개인택시조합의 희생에 사회적 평가를 아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북한 위협 등 불안요인이 상존하는 우리 안보상황에서 유사시 민간의 적극적인 도움을 유도하는 데 바람직한 해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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