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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경수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공기업, 관료적 마인드 버리고 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야



정부 위탁사업이나 하면서 정책 집행관이라는 생각 안돼… 항공사 이상 서비스 창조해야
기업투어·대학교 순회 등 통해 인력 미스매치 해결 적극 추진
산업단지 분양정보시스템 구축… 기업 신속한 의사결정 도울 것


"공기업은 기동력 있게 국민이 필요한 부분을 파고드는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공기업이 정부 위탁사업이나 하면서 관료적으로 생각하고 정책의 집행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됩니다."

오랜 공직생활을 마치고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지 5개월째에 접어든 김경수(54ㆍ사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지난 22일 "공기업이 서비스 기관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무거운 정부 대신 발 빠르게 국민이 필요한 부분을 파고드는 역할을 공기업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 공기업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면 정부의 신뢰성에 먹칠을 할 뿐 아니라 국민에게 '거대한 정부의 일부'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는 게 그가 지닌 공기업관이다.

아울러 그는 산업단지를 태양광발전 거점으로 만드는 그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최근 산단공이 개발한 김해골든루트(Golden Root) 일반산업단지가 모든 기업이 태양광발전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분양을 끝냈다"며 "이곳을 기점으로 삼아 산업단지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도입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산업통답게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인력난에 주목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은 갈 곳이 없고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모순을 해결해야 경제가 바로 선다"고 역설했다. 그가 얼마 전에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인재개발실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인력 미스매치 해결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김 이사장은 "예를 들어 중소기업에서 물건을 옮기는 일이라고 하면 요즘은 기계가 있어 육체노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들은 해본 경험이 없어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이라며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그런 심리적인 요인도 있지 않을까"라고 인력 미스매치의 원인을 진단했다.

불필요한 규제 없애고 서비스 향상

그가 취임한 후 사내외에 공표한 슬로건은 '항공사 이상의 서비스 창조'. 산단공이 규제기관이 아닌 기업들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지를 문구에 담았다.

슬로건을 보고 뿌리 깊게 자리잡은 '공기업 마인드'를 한순간에 깨뜨리는 것이 쉽겠느냐며 물음표를 던지는 입주기업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김 이사장은 이런 회의론에 대해 "모든 사람이 균일하게 상위 클래스로 갈 수는 없다"며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사람이 없게 밑바닥을 놓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강화를 위해 그가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교육을 통한 인식의 전환. 최근 지역본부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순환서비스교육을 10회 실시하고 인천공항공사 서비스 프로그램에 민원창구 담당자들을 보내 연수를 받게 한 것도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김 이사장은 불필요한 서류와 규제를 없애기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공단 입주기업들이 실제 생산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일일이 회사 장비를 적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직접 지식경제부에 문제해결을 건의하기도 했다. 차라리 생산라인에서 제품이 만들어지는지 확인한 뒤 사진을 찍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김 이사장은 "법령을 개정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지만 지경부 장관 고시 같은 경우는 바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관련 부처와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창구 서비스 혁신을 안 하면 직원들이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다"면서 "무언가 과정을 압축해 빈 시간을 만들어야 발전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규제축소가 결국 산단공 조직의 발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속가능 발전 위해 재무건전성 필수

산단공은 지난달까지 오송 제2산단 개발과 관련해 홍역을 치렀다. 주변 지역의 땅값이 급상승하면서 지난 2010년 충북개발공사와 사업협약을 체결할 때보다 부담해야 할 사업비가 2,641억원(추정치) 증가했기 때문. 재무부담을 우려해 산단공이 사업성 재검토에 나서자 일부 지역 주민들은 사업이 백지화되는 게 아니냐며 들고 일어났다. 오송 제2산단 개발은 정상적인 절차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이번과 같은 이해관계의 충돌은 앞으로도 반복될 숙제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지역개발이 되고 사업성도 있는 것은 서로에게 윈윈(win-win)이지만 보상비에 변화가 있으면 양쪽 다 어렵다"며 "그 부분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했던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사정이 어렵더라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재무건전성을 강조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원칙론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거를 것은 거르고 판단하지 않으면 부실화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그래서 내부적으로 투자심사 과정을 신중하고 과학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해 보강했다"고 명확한 입장을 나타냈다.

최근 관심사에 대해 묻자 그는 일자리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인력 미스매치를 극복하기 위해 청년 구직자들에게 좋은 중소ㆍ중견기업을 알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복안이다. 인재개발실 내 기업투어팀을 만들고 대학생ㆍ고등학생들이 직접 산업단지와 기업에 갈 기회를 마련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대표들과 함께 대학교를 순회하며 대학생 잡 프로젝트 '담소' 행사를 시작한 이유다.



공단 정보 구축, 태양광발전 적극 추진

전국을 돌며 목격한 산업단지 미분양 문제, 산업용 전력발전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다양한 대안을 쏟아냈다(본지 6월21일자 1면 참조).

우선 그는 일반산업단지ㆍ농공단지 등 소규모 산업단지를 포괄하는 '산업단지 분양 종합정보시스템(가칭)'을 오는 9월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을 통하면 지역별로 어느 공단 땅이 비어 있고 어떤 업종이 입주할 수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대략적인 분양가격도 확인할 수 있다. 발품을 팔아야만 알 수 있었던 산업단지 정보의 접근성을 높여 기업이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시스템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무분별한 산업단지 개발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변에 빈 공간이 많다면 새로운 산업단지를 개발하는 게 현실성이 없다는 사실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와 협조해 지자체들이 입주ㆍ가격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시스템이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도록 할 방안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산단공의 수장으로서 인적 역량을 기르고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오는 일을 하고 싶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얼마 전 이사장을 그만 둘 때 산단공이 어떤 모습이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직원들이 자존감(프라이드)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며 "산단공도 건전한 위기의식을 갖고 GEㆍIBM처럼 변화를 꾸준히 이뤄내 발전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달 절반은 현장으로… 기업·직원과 소통 즐겨

■ 김 이사장은

청년실업과 인력 미스매치,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 에너지 절감과 대체에너지 확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당면과제들이다. 이를 해결할 열쇠가 숨어 있는 곳은 한국경제의 뿌리인 기업들이 모여 있는 산업단지다.

김경수 한국산업단지 이사장의 발길은 한달에 절반 이상 현장을 향한다. 취임 5개월째를 맞은 그가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 비결이다.

산단공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그는 '고객'인 기업, 대학생이나 '동반자'인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대학생 일자리 프로젝트 '담소(談笑ㆍ담 없는 소통)' 행사에서 그는 매번 직접 강단에 올라 사회를 본다. 담소는 실업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발생해 벌어지는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과 대학생 간 소통을 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다.

그는 담소를 통해 만난 학생들과 직접 e메일을 주고받으며 삶에 대한 조언을 해줄 정도로 행사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만난 뒤 김 이사장에게 e메일 상담을 받았던 한 경북대 학생은 "이사장님 덕분에 좋은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산단공 직원들과 함께한 주말 등산을 마친 뒤 예정에 없이 마이크를 잡곤 한다. 직원들과의 소통은 CEO의 당연한 임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내부직원들 간 가치관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별히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기보다 이 자리에 왔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일본에서 석ㆍ박사 과정을 밟고 일본 통상산업성과 주일본 한국대사관에서 파견근무를 했던 '일본통(通)'. 자연히 일본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영어ㆍ중국어도 꾸준히 공부해 니혼게이자이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꼼꼼히 챙겨보며 글로벌 흐름을 읽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외 정책을 벤치마킹해 산단공에서 한국화하려는 아이디어가 많다. 얼마 전에는 일본에서 대학생들이 관광 가이드로 활약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릎을 탁 쳤다고 한다. 그는 "대학생들을 교육시켜 중소기업과 산업단지의 가이드로 만들려고 한다"며 "대학생들이 직접 '중소기업에 가봤더니 생각보다 괜찮더라'라고 느끼고 페이스북ㆍ트위터를 통해 이것을 알리면 훨씬 효과가 크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연유진기자

◇약력

▦1958년 전북 익산 ▦1975년 남성고 졸업 ▦1981년 행시 25회 ▦1982년 부산대 경제학과 졸업 ▦1990년 일본 히토쓰바시대 정책과학 석사 ▦1998년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실 행정관 ▦1999년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장 ▦2000년 산자부 반도체전기과장 ▦2002년 근정포상 ▦2003년 산자부 균형발전정책담당관 ▦2004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파견 ▦2007년 외교통상부 주일본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 ▦2010년 지식경제부 지역경제정책관 ▦2011년 지경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2012년 KAIST 최고경영자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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