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다국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보건업계 사상 최고 금액인 30억달러(3조3,000억원)의 천문학적 벌금을 미국 규제당국에 물게 됐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GSK는 미국 의료진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미 식품의약국(FDA)이 금지한 허위 마케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GSK가 자사 약품을 부당하게 판촉하고 FDA에 약품과 관련한 정보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날 벌금부과 배경을 설명했다. 전체 30억달러의 부과금 가운데 10억달러는 형사벌금이고 나머지 20억달러는 미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지급할 민사합의금이라고 WSJ는 전했다.
먼저 뇌물 혐의와 관련해 GSK는 미국 의사들에게 자사제품을 사용하는 처방전을 써주는 대가로 콜로라도 스키 여행, 유럽 꿩사냥 여행 등을 보내주는가 하면 팝가수 마돈나의 공연 티켓을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일명 '오프라벨(off-label)' 마케팅이다. 이는 보건당국이 허가하지 않은 용도로 약을 판매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우울증 치료제 팍실은 18세 이하 청소년에게는 판매가 금지돼 있었지만 GSK는 이를 무시하고 판촉활동을 벌여왔다.
또 다른 항우울제인 웰부트린의 경우 오직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만 쓸 수 있지만 GSK는 이 약에 체중감량과 발기부전 효능이 있는 것처럼 꾸며 판매했다. GSK는 웰부트린을 팔면서 "행복하고 (성적으로) 흥분되고 마르는 약"이라고 광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당뇨병 치료제인 아반디아의 경우 FDA에 안정성 연구 결과를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 절차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앤드루 위티 GSK 회장은 "GSK에 그동안 잘못된 관행이 있었던 점을 인정한다"며 "오늘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겠다"고 이날 성명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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