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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 "밤새워 비맞고 응원했는데…"

축구팬들 알제리戰 대패하자 허탈… 일부는 쓰레기 안치워

대한민국과 알제리의 월드컵 조별 예선 2차전이 있던 23일 새벽. 전국은 또 한번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하지만 이날의 거리응원은 함성으로 시작해 한숨으로 끝을 맺었다. 경기의 결과뿐만 아니라 일부 시민이 보여준 성숙하지 못한 행동은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서울 광화문광장과 영동대로 부근에는 승리를 기원하는 이들로 넘쳐났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 따위는 문제 되지 않았다. 오직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한복을 입고 징을 두드리거나 나팔을 불며 승리의 기대감을 표현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광화문광장 3만9,000명, COEX 앞 영동대로 2만3,000명, 신촌 연세로 1만1,000여명 등 서울에만 7만2,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감은 금세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경기 시작 불과 몇 분도 안 돼 알제리에 첫 골을 허용하자 곳곳에서 탄식 소리가 들렸다. 응원의 목소리도 더욱 높아갔지만 들리는 소식은 상대편의 추가골 소식뿐. 결국 전반전에만 3골을 실점한 한국팀에 실망한 이들은 응원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영동대로의 경우 후반 시작과 함께 남은 인원 1만8,000명으로 줄었고 광화문광장도 30%가량의 인원은 자리를 떠났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대한민국의 추격골이 터졌다. 일부 시민들이 지르는 환호성은 떠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고 전광판으로 고개를 돌리게 했지만 뒤이어 터지는 골 소식은 한번밖에 없었다.

결국 경기는 패배했고 많은 이들은 실망감만 안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서울 양재동에 사는 홍성현(40)씨는 "저녁9시부터 나와 응원했지만 허탈감만 남는다"고 말했다.



이날의 실망은 경기 결과뿐만이 아니었다. 패배의 기색이 짙어지자 일찍 떠나는 이들은 밤사이 자신이 머물렀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 지켜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먹다 남은 치킨 뼛조각과 아스팔트를 흥건히 적시는 맥주, 찢어진 돗자리와 우비, 주최사의 로고가 박힌 응원도구, 그리고 토사물까지. 심지어 일부 만취한 시민은 자신의 토사물 옆에 엎드려 있었다. 일부에서는 주변을 아랑곳하지 않으며 심한 욕설을 내뱉거나 금연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광화문광장에서 길거리 응원에 참여했던 오도경(21)씨는 주변의 음식물쓰레기를 맨손으로 처리하며 "지난번에도 거리응원을 왔는데 이길 때는 기분 좋아서 치우고 지면 기분 나쁘다고 남에게 떠미는 것 자체가 보기 좋지 않다"며 "승패 따라 뒤처리가 달라지는 것 자체가 시민의식이 아직 자리 잡히지 않은 걸 보여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학교 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 딸과 함께 영동대교에 나온 손명숙(40)씨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거리응원에 참석했지만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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