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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꾸려갈 2기 행정부 주요 각료들의 면면은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앞으로 대폭 강화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다양한 배경과 정치적 색깔을 가진 인사들로 채워져 '라이벌 팀(Team of Rivals)'으로 불렸던 1기 행정부 진용과 달리 2기 행정부는 지금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곁에서 그와 코드를 맞춰온 측근들로 구성돼 있다. 재선을 통해 국정 운영에 자신감을 얻은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과 색깔이 비슷한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이다. 케리 내정자는 지난 1985년 상원에 입성한 이래 국제관계 이슈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온 민주당의 대표적 외교통이다. 경험과 능력을 모두 갖춘 준비된 국무장관인 케리 내정자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에 오바마 대통령의 방송토론 준비를 도왔던 측근 인사이기도 하다. 2009년 기용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경합을 벌인 정적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국방장관으로 기용된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도 마찬가지다. 헤이글 내정자는 2009년 상원을 떠난 후 대통령 정보자문위원회(IAB) 공동의장으로서 국방비 삭감과 친이스라엘 정책 수정 등에서 보조를 맞추며 오바마 대통령 외교안보 라인의 '이너 서클' 멤버로 활약해왔다. 1기 행정부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의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를 유임시켰던 것과 대비된다.
중앙정보국(CIA) 신임 국장으로 발탁된 존 브레넌 역시 백악관 대테러ㆍ국토안전 보좌관으로 오바마 정권의 안보정책을 만들어온 인물이다.
경제정책에서도 참신함이나 정책적 다양성보다는 '코드 인사'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재정절벽' 협상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범하는 2기 행정부에서 '오바마노믹스'를 구현할 재무장관인 제이컵 루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비서실장을 역임한 예산 전문가이자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다. 하지만 티머시 가이트너 현 재무장관이나 다른 전임자들과 달리 민간 부문에서의 경력이나 금융산업과의 연계는 희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차기 비서실장도 아직 공식 지명되지는 않았지만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의 발탁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맥도너 부보좌관은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캠프에서 외교정책을 담당했던 최측근이다. 이 밖에 상무장관 자리는 오바마 캠프의 '돈줄' 역할을 해 온 프레드 호치버그 미 수출입은행장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클래퍼 국가안보국(DNI) 국장은 유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2기 행정부 진용이 오바마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중도좌파 인사들로 가득 메워짐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내부 견제나 이견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자신이 구상한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국정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정 문제를 둘러싸고 공화당과 날선 대치를 이어가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으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극대화하기 위한 당연한 인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측근들이 장악한 2기 행정부 진용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데이비드 로스코프 포린폴리시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견해의 다양성이 배제된 채 몇몇 측근들끼리만 논의를 반복할 경우 불건전한 집단사고에 빠져들 수 있다"면서 "선거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경제ㆍ안보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전문지식이 넓어지는 2기 행정부에서야말로 새로운 목소리를 소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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