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의 최신 방송ㆍ영상ㆍ통신기술과 장비가 총출동한 '방송기자재박람회(NAB)'가 열렸다. NAB 전시장을 둘러보며 우리나라가 과연 어떤 비전과 전략을 갖고 방송통신융합 시대를 대비하고 있나 하는 걱정과 우려가 앞섰다.
방통융합으로 신산업 속속 등장
세계 최고의 고속 인터넷망을 가지고 있는 우리지만 방송통신융합을 위한 네트워크 장비의 국산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람회장에 있는 삼성ㆍLGㆍKT 부스는 1,600여 핵심 방송장비시장에서는 아직 열악했고 고부가치 방송시장은 커다란 벽으로 남아 있었다. 그나마 스마트폰의 약진이 한국기술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과 반도체, 자동차 산업 등이 우리 경제를 지탱했다면 그 다음은 방송통신융합 산업에 미래가 달려 있다. 고속도로를 내고 차를 만들어 산업을 이끈 우리 경제의 성장 모델을 초고속 통신망에 방송을 결합하는 방송통신융합 모델로 재창조하고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참여ㆍ공유ㆍ개방의 '웹 2.0'처럼 '방송 2.0'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제까지 대규모 방송 장비와 송출망을 장악한 지상파ㆍ위성ㆍ케이블의 독점 체제가 '방송 1.0'이었다면 누구나 방송을 제작하고 그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송출하고 스마트폰과 스마트 TV로 시청이 가능한 스마트 혁명이 '방송 2.0'을 가능케 하고 있다. 방송통신융합의 '방송 2.0'에서 신성장 동력을 싹 틔워야 한다.
방송통신융합을 우리의 신성장 전략으로 삼기 위해서는 단기ㆍ중기ㆍ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기술인력의 확충이 시급하다. 방송장비를 개발하는 핵심 기술인력 양성 없이 창조적인 기술 개발은 불가능하다.
둘째 우리의 기술, 콘텐츠를 위한 핵심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남이 만든 기술을 카피하는 전략을 과감히 포기하고 우리 나름의 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창조하고 세계시장을 돌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방송과 인터넷TV(IPTV) 방송시장 산업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과거 초고속인터넷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게임 산업이 육성된 것처럼 와이파이와 4세대 이동통신(4G LTE) 등 우리의 초고속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만들고 새로운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스마트 방송 산업에서 지금까지의 교육ㆍ엔터테인먼트ㆍ스포츠 산업은 새롭게 도약할 것이다. 고작 20~30명에서부터 많아야 200~300명이 보던 오프라인 교육은 스마트폰과 IPTV를 통해 동시에 수백만~수천만명이 보고 한번 녹화된 콘텐츠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새로운 교육 인프라로 대체될 것이다.
핵심 통신기술 등 개발 서둘러야
'방송 2.0'시대에서는 누구나 방송국을 운영할 수 있다. 이력서를 동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고 누구나 영상자서전을 만들 수 있다. 포토스튜디오를 동영상 스튜디오로 노래방을 전세계인 대상의 무대로 만들 수도 있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는 더 큰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방송시장을 창조할 것이다.
아울러 스포츠 산업은 더 이상 올림픽 근대 5종과 같은 운동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상스튜디오를 인간의 운동 메커니즘과 결합하면 참여형 사이버 공간의 스포츠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전세계 관중이 함께 보는 새로운 스포츠 방송시장의 출현도 가능하다.
누구나 창조경제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말할 수 있지만 본질의 변화 없이 창조는 이뤄지지 않는다. 핵심 통신기술이 없으면서 통신 강국을 외치고 방송장비 기술이 없으면서 방송 신성장을 외치는 것은 공염불이다. 방송통신융합의 창조 산업을 더 큰 부가가치로 만들기 위해서는 중장기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지금 시작해도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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