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침체로 주인을 찾지 못한 타운하우스들이 원래 분양가보다 최대 절반이나 내린 가격에 할인분양 중인 상황에서 2년 만에 신규 공급된 단지마저 청약률 '제로(0)'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근 일반 아파트 시세에 비해 3배 가까운 가격에 '배짱 분양'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상지건설이 용인 보정동에서 최근 공급한 '루시드 에비뉴' 타운하우스는 총 73가구 모집에 청약자가 단 1명도 없어 전량 미분양으로 남았다.
단독주택형 타운하우스인 루시드 에비뉴는 당초 영조주택이 고급 타운하우스를 지을 계획이었다가 부도로 사업이 중단된 뒤 다른 시행사가 인수해 이번에 공급됐다.
보정동 고급 타운하우스 단지 내에서도 가장 중심부에 위치해 입지여건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패인은 역시 고분양가다. 루시드 에비뉴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800만원선. 전용면적 165㎡형의 총 분양가가 16억9,900만원에 이른다.
타운하우스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고급 자재를 사용하고 단독주택형 테라스하우스로 단지 설계가 특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높게 책정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용인 보정동·죽전동 일대 일반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각각 1,060만원과 1,084만원이다.
루시드 에비뉴는 3배 가까운 가격에 공급된 셈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들이 주택규모를 85~110㎡의 중형대로 다운사이징한 실속형 타운하우스를 공급하는 흐름과 달리 162~178㎡형의 대형만으로 구성한 것도 패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보정동 일대 타운하우스들이 당초 분양가보다 40~50% 내린 가격에 할인분양해도 적체된 미분양을 쉽게 소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근 A공인의 한 관계자는 "할인분양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청약에 나설 소비자는 없었을 것"이라며 "침체된 이 일대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는 기회였는데 오히려 분위기를 가라앉힌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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