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문 화원(畵員) 양성기관인 '베이징 화원(畵院)'은 최고의 작품가를 자랑하는 근대화가 치바이스(薺白石)을 비롯해 쉬베이훙(徐悲鴻), 우관중(吳冠中) 같은 수묵화 거장들을 배출한 권위 있는 곳이다. 지금 이곳 화원미술관에서 한국 문인화의 대가로 불리는 직헌(直軒) 허달재(59)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중국 화단이 한국의 '신(新)남종화'를 인정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 전시다. 허달재는 한국 남종화의 거장인 의재 허백련(1891~1977)의 장손이자 제자다. 6살부터 할아버지로부터 붓 잡는 법을 배웠다는 작가는 조부의 맥을 잇는 문인화에 독창적인 현대 감각을 더해 '신남종화'를 개척했다. 3일까지 베이징 화원미술관 개인전이 열린 후 9일부터는 상하이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이어진다. 허 화백의 첫 중국 개인전이 지난 2008년 베이징 중국미술관에 열렸으니 이로써 그는 중국 내 주요 미술관을 두루 섭렵한 셈이다. 작가는 "창작의 날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그림을 그리는 법 뿐아니라 잘 사는 법을 아우르는 인문학적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며 지난해 초 중국으로 작업실을 옮겼고, 현지의 꾸준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정중동 고중신(靜中動 古中新)' 즉 '고요함 속에서 생명력을 느끼고 옛 것으로부터 새로움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전통적인 현대화를 구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로 독자적인 문인화를 만들었음을 강조한다. 작품들은 그의 대표작인 매화 시리즈를 비롯해 모란, 포도 등을 주요 소재로 선보인다. 특히 새롭게 시도한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는 중국의 국화로, 조부가 키워 어릴 적 화단에서부터 봐왔던 꽃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심이 반영됐다. 또한 문자 추상 시리즈, 병풍, 설치 작업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이 전시의 풍부함을 더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