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스페인 일간지 엘 이코노미스타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가 오는 10월 만기 도래하는 부채 280억유로(약 38조 9,000억원)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EU) 차원의 재정 지원을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스페인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구제금융을 요청한 셈이다.
스페인은 지난 20일 부실 은행권을 구제하기 위해 EU에 1,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는다는 승인을 얻었으나 이때도 은행 차원의 구제금융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었다. 하지만 발렌시아 지방정부를 비롯한 7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국채금리도 사흘째 심리적 마지노선인 7%대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자 국가 차원의 구제금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임박한 재정 붕괴를 피하는 것"이라면서 "스페인 경제규모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4위로 앞서 구제금융을 신청한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을 합친 것보다 크기 때문에 전면 구제금융은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신청할 구제금융은 그리스가 받았던 액수보다 훨씬 적은 '한정된 구제금융'으로 스페인 정부에 대한 전면적인 구제금융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구제금융이 집행돼도 급한 불만 끈 것일 뿐 근본적인 스페인의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여 향후 정부가 받는 구제금융 액수는 불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구제금융은 스페인에 대한 국가 차원의 구제금융으로 가는 수순에 불과하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24일 스페인 증시는 장중 한때 3.08% 폭락하며 5,987.1포인트를 기록, 2003년 4월 이후 9년 3개월 만에 6,000선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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