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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전문가에 듣는다] <3> 진찬룽 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北, 체제 안착위해 당분간 핵·개방문제 현상유지할 것"


중대결정 내릴 겨를 없어 6자회담 복귀 신호 통해… 通美封南·안보개선 주력
한국 對北자제력 잃지말고 美 공조·中과 소통 강화를
美, 떠오르는 亞시장 개입… 中견제할 목적 있지만 경제적 이익 확대도 노려
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 국제적 책임서 美와는 차이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년상을 치르는 동안 핵개발도 진전시키지 않고 개혁ㆍ개방에도 나서지 않는 현상유지 태도를 취하며 안정적인 권력승계 완결에 전력할 것입니다."

진찬롱(金燦榮ㆍ50)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권력기반이 취약한 김정은 체제는 개방이냐, 핵개발 완수냐 등의 중대 결정을 내릴 겨를이 없으며 6자회담 복귀신호 등을 통한 미국과의 직접거래 등으로 대외 안보환경 개선에 나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정부는 올해 북한의 이 같은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대응하는 한편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시 냉정하게 대응하고 중국과의 소통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진 부원장은 주문했다.

그는 "미국의 아시아 개입 강화로 중미 관계에 새로운 불확실성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동아시아에서의 힘의 균형추가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쏠리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 부원장은 중국의 경제ㆍ군사적 부상을 인정하면서도 국제사회가 중국을 G2로 부르는 데 대해서는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중국은 경제규모 면에서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여전히 개발도상국 단계에 있다"며 "국제사회가 중국을 G2로 부르며 미국과 같은 국제적 기준을 적용하고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의 김정은 체제 안착 여부가 극히 불투명합니다. 김정은호의 앞날을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의 안정 여부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 요인에 달려 있습니다. 김정은 측근들의 단결 여부가 관건입니다. 김 위원장의 장례기간에 단결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만 3년상을 치르는 동안 주위 세력들이 뜻을 같이해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도록 도울지를 지금으로서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향후 2~3개월간 큰 문제는 없겠지만 향후 3년 동안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올 4월 강성대국 진입을 앞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지속할까요. 아니면 개혁ㆍ개방에 나설 것으로 보십니까.

▦김정은 체제는 지금 권력승계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는 데 여념이 없을 것입니다. 개방이냐, 핵개발 지속이냐를 결정할 상황이 아닙니다. 3개월 정도 후에 권력기반이 어느 정도 잡히면 다음 단계를 생각할 것입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개혁ㆍ개방에 나서는 것이고, 둘째는 핵무기 개발 지속으로 대립구도로 가는 것, 세 번째 시나리오는 핵개발 진전도 없고 개혁ㆍ개방도 안 하면서 현상유지를 하는 것입니다.

이중 현상유지 정책의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태생적으로 권력기반이 취약한 김정은 체제는 중대한 정책전환이라는 모험을 하기보다 적당히 경제 살리기에 나서면서 권력유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6자회담 복귀 시그널 등을 통해 미국과의 직접거래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대북 압박정책으로 남북관계를 필요 이상으로 경색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한국의 대북정책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현재 남북정세는 애매모호하고 서로 난처한 상황입니다. 양측은 협상궤도로 돌아오려 하지만 내부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향후 1년간 실질적인 경색국면을 타개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천안함ㆍ연평도 사태로 대북 적대감이 있고 북한은 대북 압박정책을 펴온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득합니다.

한국 정부는 향후 정세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북한의 추가 도발시 남북관계가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냉정을 유지하고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또 북미협상 강화에 대비해 한미 간 공조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는 한편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 정세흐름 파악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은 김정일 사망발표 당일 김정은 체제 지지를 선언하고 미국은 뉴욕에서 북미접촉을 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한반도를 둘러싼 중미 관계를 전망해주십시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부전(不戰)ㆍ불란(不亂)ㆍ무핵(無核) 등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중국의 한반도 외교구상은 우선 안정을 찾은 뒤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북한에 경제 마인드가 정착되도록 도와주고 이어 경제적 이익을 주는 대가로 평화적으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순차적 구상입니다. 미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고 비핵화라는 두 가지 목표에서는 중국과 생각이 일치합니다. 하지만 혼란을 원하지 않는다는 목표에 있어서는 아직 미국이 정리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ㆍ미국 등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습니다. 6자회담 전망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6자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북한이 개혁ㆍ개방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에 한반도 비핵화는 어렵습니다. 북한은 앞서 말했듯 현상유지를 하며 선군정치를 계속해나가고 나름대로 경제건설에 노력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핵무기를 계속 확보해야 합니다.

-미국이 근년 들어 남중국해 영토 문제 등 아시아 개입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미 간 대결은 필연적입니까.



▦미국이 대대적으로 아시아 복귀를 선언하면서 중미 관계에 새로운 변수와 불확실성이 생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아시아 주변국의 군사동맹 강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이 중국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힘의 균형추가 중국 쪽으로 빠르게 쏠리고 있어 장기적으로 중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아시아 개입은 물론 중국을 견제(containment)하려는 의도가 있지만 경제적으로 급부상하는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이익확대 등 다목적 포석이 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도 있지만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번영에 동참하려는 개입(engagement)적 의도도 있습니다. 솔직히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은 견제와 개입이 혼재된 헤징(hedging)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 커진 경제ㆍ군사적 위상에 맞춰 국제사회에 할 말은 하는 대국굴기(대국崛起ㆍ대국으로 우뚝 선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중국의 위상은 커졌지만 여전히 개발도상국인 게 현실입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만큼 도광양회(韜光養晦ㆍ재능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다)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 중국의 고위당국자들은 개발도상국으로서 아직도 발전을 위한 시간이 많이 필요한 만큼 계속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외교는 생각과 행동이 모순되는 양태로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해외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지켜야 할 해외의 이익이 더 생기고 국내 정치도 복잡해지면서 도광양회를 하고 싶어도 실제로 구체적인 행동에서 강경하게 자기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유소작위(有所作爲ㆍ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룬다) 현상이 빈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경제ㆍ군사적으로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했습니다. 타국에 대한 불간섭주의를 버리고 대국에 걸맞게 이란ㆍ북한핵 문제 등 국제 이슈에서 책임감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2009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분명하게 중국은 G2라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힘의 격차가 여전히 큽니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국내총생산은 15조달러인 데 반해 중국은 6조달러에 그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외교정책에서 타국에 대한 불간섭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지만 나름대로 일정한 국제적 책임도 지고 있습니다. 국제적 책임의 기준이 미국과 다를 뿐입니다. 예를 들어 시리아 시위사태 이슈 접근에서 중국은 서방국 주도가 아닌 아랍 역내 다자협의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동반자 관계로 격상됐지만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등을 놓고 불편한 관계를 노정했습니다.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해 바람직한 양국관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국과 같은 중등 규모 국가와 전략적동반자 관계를 맺은 것은 중국이 한국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에 현실적인 기대를 해야 합니다. 내년에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지만 북한과는 항일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70년이 넘는 관계입니다. 중국은 남북한에 공정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고 한국은 중국의 세 번째로 큰 무역국일 정도로 양국의 기초는 튼튼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경제협력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같은 다자회의 개최 이전에 한중 양국이 사전 정책조율을 강화하는 것이 전략적동반자 관계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中 개방이후 1세대 국제정치학자… 미국과의 외교 현안 통찰력 탁월

진찬룽은

진찬롱(金燦榮) 교수는 중국 개혁ㆍ개방 이후 1세대 국제정치학자의 선두를 달리는 미국 전문가다. CCTV 등 주요 언론에 자주 등장해 국제관계, 특히 미국 등 대국 외교 및 현안에 대한 통찰력 있고 날카로운 해석을 내놓아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 국제정치학계에서 진 교수는 중도파로 분류된다. 경제ㆍ군사적 위치에 걸맞게 대국으로서 패권장악은 불가피하다는 보수 강경파와 달리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양면성을 지녔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 연구실 특별연구위원, 중국국제관계학회 부회장 등을 지내면서 중국 외교부의 대미정책 수립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 약력

▦1962년 저장성 ▦1984년 상하이 푸단대 국제정치학과 졸업 ▦1987년 중국사회과학원 석사 ▦1993년 미국 컬럼비아대 방문학자 ▦ 1999년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2002년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현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중국국제관계학회 부회장, 중국대외전략연구센터 주임 ▦저서 '대국의 책임' '미국 20강' '다국간주의와 동아시아 협력' '중국 학자가 본 대국 전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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