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해외 업체들의 자국기업 인수ㆍ합병(M&A)을 잇따라 승인하면서 외국 자본에게 토종 기업의 문호를 활짝 열어주고 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반독점 규제당국이 스위스 네슬레의 토종 제과업체 쉬푸지(徐福記) 인수를 승인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네슬레는 지난 7월 급성장하는 중국 제과시장에서 새로운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현지의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쉬푸지 지분 60%를 17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해외업체의 중국 기업 인수로는 최대 규모로, 중국 당국의 승인 여부에 관심이 쏠려 왔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네슬레는 이번 인수로 매출액 기준 중국 2위의 제과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중국 제과시장은 2005년 이후 연평균 63%의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 현재 92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도 중국 정부는 KFC, 피자헛 등을 자회사로 둔 미국 외식업체 얌 브랜드가 국내 최대 외식업체인 샤오페이양(小肥洋)을 인수하도록 허가했으며, 9월에는 네슬레의 인루식품(銀鷺食品) 지분 60% 획득도 승인했다. 지난 6월에는 영국 주류업체 디아지오가 중국 3대 명주로 꼽히는 수이징핑(水井坊ㆍ수정방)의 모기업인 취안싱(全興)그룹의 지분 53%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건에 대해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이처럼 중국 정부가 해외기업의 M&A를 허용하는 것을 두고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관행이 수그러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당시 국내 음료업체 후이위안을 인수하려던 코카콜라의 계획을 무산시켰던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코카콜라와 후이위안의 시장 점유율이 총 20%에 불과한데도 코카콜라가 중소 토종 음료업체들을 몰아내고 잠재적으로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양사의 결합를 가로막았다. 맥더모트 윌&에머리(McDermott Will&Emery) 법률사무소의 프랭크 숀벨드 파트너는 "중국이 다국적 기업들에게 자국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 와하 노톤 로즈(Norton Rose) 법률사무소의 파트너 변호사도 "중국의 반독점법은 더 이상 보호무역정책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며 중국이 시장 개방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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