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7%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지난 2004년 중국의 성장률 목표치가 공식 제시된 후 최저 수준으로 중국 성장전략의 획기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16일 중국 경제일보 등은 오는 12월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7%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앞서 제일재경일보도 중앙경제공작회의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경제학자의 말을 인용해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올해보다 낮추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7%가 주류를 이루고 심지어 7% 이하로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스도 13일 10월 중국의 경제지표 발표 이후 내년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가 7%를 하한선으로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가 7%로 내려갈 경우 2012년까지 10년간 유지했던 '바오바(保八·8% 성장률 유지)' 폐기에 이어 7.5%도 지키기 힘들어지면서 '바오치(保七·7% 성장률 유지)'로 바뀌는 셈이다.
중국의 목표 성장률은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참석하는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이듬해 3월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의 의결을 거쳐 리 총리가 직접 발표한다.
7% 목표 성장률은 이미 중국 최고지도부 사이에서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14일 호주 브리즈번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뉴노멀(새로운 표준)에 진입해 지속가능하고 균형 있는 성장을 하겠다"고 말한 데 앞서 9일 베이징 아시아태평영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는 "중국이 7% 성장한다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리 총리도 개혁개방을 위해 성장률 하락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 정부가 바오치로 성장목표를 낮추는 것은 일단 내외부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적으로는 중국 개혁개방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신뢰성 있는 성장을 위해 성장률 목표를 현실적으로 맞춰야 한다. 왕타오 US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개혁개방에 따른 변화를 여전히 서방은 반신반의한다"며 "성장률에 대한 집착은 개혁개방의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인지 시 주석은 G20 회의에서 글로벌 자본에 대한 중국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내부적으로는 경제둔화에 대응해 올 1·4분기부터 진행해 온 미니 경기부양의 약효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점이 압박 요인이다. 리 총리는 통화정책 변화 등 전면적 경기부양책보다 중소기업·농촌 등 타깃을 정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표적 경기부양책을 실시했지만 10월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예상대로 10월 산업생산 및 소매판매지표, 고정자산 투자, 부동산 투자가 모두 부진하게 나온 것은 물론 사회융자 규모와 신규 대출도 부진하다"며 "타깃을 정하고 돈을 풀었지만 정부가 의도한 경기부양 효과는 그렇게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10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7% 증가에 그쳤고 소매판매도 전년동기 대비 11.5% 증가에 머물면서 시장 예상치에 못 미쳤다. 또 1~10월 고정자산 투자는 15.9% 늘어나 전월의 16.1%보다 둔화됐다.
유동성지표는 더 실망스럽다. 10월 광의의 통화(M2) 잔액은 전년동월 대비 12.6% 증가에 그치며 시장 전망치와 전월 증가율 대비 0.3%포인트 낮았다. 정기예금·적금, 거주자 해외예금, 시장형·실적배당형 금융상품, 금융채권, 발행어음, 신탁형 증권저축을 포함하는 통화지표인 M2가 둔화하면 시중 돈의 흐름이 느려진다. 투자·소비 등과 관계되는 신규 위안화 대출도 감소세다. 10월 위안화 대출은 5,483억위안(약 94조8,100억원)으로 9월보다 3,089억위안 줄었고 사회융자 총액도 6,627억위안으로 전월보다 3,895억위안이나 줄었다. 연말 자금수요에 대비해 대출이 늘어나야 하지만 경기둔화로 자금회전이 둔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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