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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족한 첫 술

올해 첫 도입한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 시민의 의견을 단순히 듣는 수준을 뛰어넘어 시민에게 권한 일부를 직접 넘겼다는 점, 지역 공동체 활성화의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다만 인구 1,000만명, 연간 예산 22조원에 달하는 거대 도시가 주민참여예산제를 처음 시작하다 보니 진행에서 드러난 문제도 적지 않다.

우선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관련 조례가 지난 5월 중순 공포됐고 주민참여예산위원은 한 달 뒤에 선발됐다. 이후 약 석 달에 걸쳐 시민제안사업 접수ㆍ심사ㆍ결정이 숨가쁘게 이뤄졌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사업을 제안할 수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 시민제안사업은 206건에 그쳤고 강서ㆍ동작구는 단 1건도 없었다. 예를 들어 폐쇄회로(CC)TV가 없는 A마을, 5대가 설치된 B마을 가운데 B마을 사람만 CCTV 추가 설치를 제안했다면 현재 주민참여예산제는 B마을에 돈을 배정한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사업 심사를 맡은 주민위원들은 어떤 사업이 더 중요하고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해 현장도 가보고 주민 의견도 들었어야 했지만 대부분 서류만 검토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자신이 속한 자치구ㆍ분과회의에 대해서는 알아볼 시간이 있었지만 다른 지역ㆍ분과 사업에 대해 살펴볼 시간은 사나흘에 불과했다. 아무리 각 구청이 열심히 홍보하고 자료를 제공했더라도 240건 사업을 일일이 들여다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이 때문에 주민위원들이 240건 사업 중 72건을 골라내는 과정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이었느냐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주민위원의 실제 참여도 저조했다. 모집 당시 경쟁률 11대1이 무색할 정도로 분과회의나 총회는 정족수(50% 이상 참석)를 채우지 못하기 일쑤였고 정작 중요한 시민제안사업 선정 총회가 열린 1일에도 참석률이 76%(190명)에 불과했다.

시는 내년부터 주민참여예산위원의 활동 시기를 3월 정도로 앞당기는 등 올해 드러난 문제를 보완해나갈 방침이다.

첫술에 배부르기 힘든 만큼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가 첫해치고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많다. 다만 올해 이룬 성과보다는 개선점에 더욱 주목해 내년에는 제도가 한층 성숙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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