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과 쓰나미가 일본을 강타한 뒤 처음으로 열린 14일 금융시장이 얼마나 크게 요동칠 지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가늠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9시 증시 개장을 전후해 7조엔의 긴급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BOJ는 이후 오전11시에 임박해서 다시 5조엔을 추가로 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에 앞서 BOJ는 16일부터 3조엔 규모의 국채매입을 통한 공개시장 조작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7조엔과 5조엔씩 두 차례의 긴급자금 공급 방침에 따라 실시된 입찰에서 실제 금융기관에 공급된 자금은 각각 5조1,460억엔과 2조5,400억엔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 같은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자 BOJ는 오후 들어 다시 3조엔을 즉시 추가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불과 4시간 사이 네 차례의 유동성 공급을 발표한 BOJ가 풀기로 한 자금은 총 15조엔.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에 대응하기 위해 BOJ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방출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니혼게이자이는 BOJ가 15조엔에 달하는 막대한 긴급자금을 풀기로 결정한 것은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통해 대지진이 초래할 수 있는 금융시장의 혼선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BOJ는 또 이날 정오에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BOJ는 지난해 10월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5조엔을 풀어 국채와 주식펀드, 부동산신탁 등을 매입하기로 하는 양적완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대지진 사태에 따라 막 회복세로 돌아서려는 국내 경기가 다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자산매입 규모를 현행 5조엔에서 10조엔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30조엔을 포함한 BOJ의 자산매입기금 규모는 35조엔에서 40조엔으로 늘어나게 됐다. 금리는 0~0.1%의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BOJ 내부에서는 대지진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는 만큼 추가완화에는 신중을 기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얼어붙은 기업 및 소비자의 심리를 누그러뜨리고 광범위한 피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중지가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격적인 부양책이 대지진과 그 후폭풍으로 동력을 잃은 일본 경제에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오사카증권거래소에서 닛케이평균선물 6월물은 BOJ의 추가완화 발표에도 폭락세를 이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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