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의 퍼터가 린시컴의 드라이버를 이겼다."
미국 골프채널은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소문난 장타자 브리트니 린시컴(29·미국)을 꺾고 우승하자 이렇게 전했다.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먼로GC(파72·6,717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퍼팅 머신' 박인비는 이번 대회 라운드당 퍼트 수가 25개에서 31개까지 오르내리는 등 다소 기복이 있었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마주한 클러치 퍼트는 결코 놓치지 않았다. 이는 우승, 특히 메이저대회 우승에 필수적인 능력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더욱 강해지는 박인비의 퍼트 실력은 정규 라운드 막판에 빛을 발했다. 린시컴에 2타 뒤진 17번홀(파4)에서 박인비는 4m가량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다.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비슷한 거리의 파 퍼트를 성공시켰다. 두 차례의 멋진 퍼트는 연장전에 들어갈 발판이 됐다. 반면 린시컴은 박인비가 1타 차 2위로 먼저 경기를 마친 가운데 마지막 홀에서 파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으나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첫 번째 퍼트를 너무 짧게 한 데 이어 2.5m가량의 파 퍼트마저 놓치고 말았다.
18번홀에서 벌어진 연장전에서도 박인비는 흔들림이 없었다. 우승 대결을 펼친 린시컴은 이번 시즌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 268.9야드로 투어 3위에 올라 있다. 박인비는 91위(247.5야드). 먼저 티샷을 날린 린시컴은 박인비보다 30야드나 멀리 보냈다. 둘은 모두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지만 박인비가 퍼트 싸움에서 웃었다. 린시컴의 1.5m 파 퍼트가 홀을 살짝 빗나가자 박인비는 1m 가량의 파 퍼트를 침착하게 홀에 떨군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인비는 "연장전을 시작할 때 잠시 긴장됐지만 금방 긴장감이 사라졌다"며 '강심장'의 면모도 드러냈다. 1타 차 선두로 출발해 결국 역전패한 린시컴은 눈물을 쏟은 뒤 "긴장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더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로써 박인비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컵을 차지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도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를 연장전에서 제압했다.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그는 투어 통산 11승 가운데 메이저대회에서 무려 5승을 거두며 '골프여제'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박세리(37·통산 25승)와 메이저대회 승수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박인비는 한국 선수 메이저 최다승 달성을 시간문제로 남겨뒀다.
이번 우승으로 박인비는 19일 발표되는 주간 세계랭킹에서 2위로 한 계단 올라 1위 탈환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또 33만7,500달러(약 3억4,000만원)의 상금을 받아 시즌상금 3위(141만달러)로 올라섰다. 지난해 메이저 3연승을 거뒀던 그는 '아메리칸 슬램'도 저지했다. 앞서 열린 세 차례 메이저대회에서는 렉시 톰프슨(나비스코 챔피언십), 미셸 위(US 여자오픈), 모 마틴(브리티시 여자오픈) 등 모두 미국 국적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는 우승 경쟁을 펼치다 17번과 18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적어내 3위(8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주 마이어 클래식에서 박인비와의 연장전 끝에 우승한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은 공동 6위(5언더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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