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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볕들 날 없는 SW작업실


최근 만난 IT(정보기술)서비스업체 관계자는 한 소프트웨어(SW)업계 종사자가 인터넷 동호인 사이트에 올린 병원 지하 장례식장 사진 얘기를 전해줬다. 장례식장 한 구석 어두컴컴한 공간은 다름아닌 병원 정보화 프로젝트를 수주한 업체 직원들의 작업실이었다는 것. 국내 SW산업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어 씁쓸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상당수 SW업체 직원이나 개발자들이 빌딩 지하, 창고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유는 발주처의 관행 때문이다. 민간업체, 정부기관 구분 없이 발주한 곳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보안이나 인력관리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심지어 업무결과와 상관없이 직원수가 처음 계약한 인원보다 모자랄 경우 문제가 되기도 한다.

SW업체 입장에서야 자기 회사나 사무공간을 임대해 쓰는 스마트워킹센터 같은 쾌적한 업무공간을 선호하겠지만 대부분 영세업체들이 수주로 먹고 사는 이른바 '건설형'서비스업체들인 점에서 꿈 같은 얘기다.

중소 SW업체를 살리기 위해 공공 정보화 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제한이 올해부터 시행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메이저들이 빠져도 결국 마이너 가운데 큰 기업들이 덤핑 수주에 나서면 영세업체들은 하청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자조하는 분위기다.



이들에게 한국판 구글ㆍ애플을 키우겠다는 육성계획은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SW인력들을 배고픔과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SW개발의욕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게 분명하다.

최근 글로벌 플랫폼 개발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며 정부가 토종 SW플랫폼 연구센터로 대학을 비롯해 국책연구기관과 대형 IT업체들을 선정했는데 책정한 지원금은 모두 130억원 정도에 그쳤다. 대형업체에 떨어지는 몫을 빼고 나면 참여기관으로 이름을 올린 중소업체에 돌아갈 지원금이 어느 정도일지는 불문가지다.

총선, 대선으로 관료들이 마음을 다잡기 어려운 해가 돌아왔다. 혜안을 가진 정책 입안자들마저 소신 있는 판단을 내리기 힘들어지는 사이 SW개발자들이 컴컴한 건물지하 작업공간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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