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오전 여의도 당사 4층에 위치한 기자실에서 새누리당 당직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새누리당 로고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브리핑 단상을 한쪽으로 치우고 역시 새누리당 로고로 장식돼 있는 뒷배경도 블라인드로 가렸다. 오른편에 항상 자리잡고 있는 당 깃발을 한쪽 구석으로 치우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성추문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태 당선인이 탈당 기자회견을 할 때 카메라에 단 하나의 새누리당 로고도 잡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불과 며칠 전까지 김 당선인의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장 표명을 미뤄왔던 새누리당의 태도가 음성분석이 확인되자마자 180도로 돌변했다. 아직 탈당계가 처리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이름을 김 당선인과 연결 짓지 않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탈당 이후 추가 조치는 있는지,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당 차원의 사과 표명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그저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러나 김 당선인의 탈당의사가 알려진 후 새누리당의 발 빠른 조치는 그동안 성추문 의혹에 대해 어떤 인식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새누리당 소속 당선인 신분이었을 때는 정확한 '사실 확인'만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다가
김 당선인 탈당 하자마자 명확하게 선 긋기에 나섰다. 결국 '우리 당의 일만 아니면 된다'는 것이다.
"탈당을 했으니 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이제 없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은 국민들에게는 그저 책임 회피로만 받아들여질 뿐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오직 국민의 소리만 듣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과반이 넘는 153석을 달성했다. 김 당선인 성추문 사태에서 민심이 요구한 것이 단순히 새누리당 당선인에서 무소속 당선인으로 자리만 옮기는 것이었을까.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던 새누리당이 정작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