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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년만에 약발 다한 공무원연금 반쪽 개혁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는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이 내년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선다. 지난 2009년 공무원연금 제도를 손질했지만 반쪽 개혁에 그친 탓이다. 개선안 시행으로 정부와 공무원이 각각 절반씩 부담하는 보험료율이 과세소득의 11.05%(국민연금은 9%)에서 2011년 12%, 지난해 14%로 올랐다. 하지만 연금이 깎이는 대상은 당시 재직기간 10년 미만자, 특히 아직 공직에 발을 들여놓지 않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신규 공무원에 한정됐다. 당시 전체 공무원 103만명의 68%(70만여명)를 차지하는 10년 이상 재직자가 받는 첫 연금은 사실상 한 푼도 안깎였다.

이런 불평등한 개선안이 국무회의와 국회를 통과했던 이유는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집단이기주의 때문이다. 당시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는 전문가들이 만든 개혁안을 무시하고 한통속인 공무원 노조 측이 구성원의 반을 차지하는 위원회를 새로 만들어 밀어 부쳤다. 고위공무원들이 압력을 넣으며 앞에서 끌고 후배 공무원들이 못이기는 척 따라갔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늦추려던 전문가 개혁안은 신규 공무원에만 불이익을 주는 쪽으로 후퇴했다.

당시 공무원 3명 중 2명의 연금을 깎지 않고 보험료만 약간 올린 반쪽 개혁의 약효는 3년 만에 끝났다. 증가세가 잠시 주춤하던 적자 보전액이 올해 1조 8,953억원으로 제도개선 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내년에는 2조 4,854억원으로 31% 늘어난다. 내는 돈의 평균 2.5배를 받아가는 '고배당' 공무원연금 구조를 하루빨리 뜯어고치지 않으면 적자 보전액은 박근혜 정부 15조원에서 차기 정부 31조여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공무원연금은 물론 군인연금까지 포함하는 특수직역연금에 대한 제도개선에 이렇다 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공무원 봉급이 민간에 비해 현저하게 낮던 시절에 책정된 공무원연금은 수급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정부는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공무원은 국민의 목에 빨대를 꽂은 특권층'이라는 비판을 면하려면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늦추고 10년 이상 재직자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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