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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시아를 비롯한 전세계 미술 시장이 호황기를 맞이한 가운데 유독 국내 미술 시장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연말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 경매가 진행되며 100% 낙찰률을 기록했지만, 전체적인 낙찰 총액은 지난 해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경제신문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의 2013년 한해 국내 시장 경매실적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서울옥션의 낙찰총액은 약 245억원으로 지난 해 285억원에 비해 14% 감소했으며, K옥션 역시 약 188억원으로 지난 해 263억원에 비해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옥션은 해외(홍콩) 경매 시장 매출이 매년 늘어나면서 올해 해외를 포함한 총 낙찰 금액은 39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침체된 미술시장에서 양도소득세 전격 시행과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등 각종 비리로 인해 ‘큰손’들이 지갑을 닫아버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양도세는 올해 1월 1월부터 부과됐는데, 국내 작고 작가의 6,000만원을 넘는 미술품을 되팔 때 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또, 서미갤러리가 CJ그룹에 1,400억원 어치 미술품을 판매하며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똥이 미술 시장으로 튀었다. 그나마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진행했던 특별 경매가 대중적 관심을 끌면서 100% 낙찰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제외하고 국내 미술 시장은 반전의 모멘텀을 찾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서울옥션과 K옥션은 다양화와 대중화, 글로벌화를 기치로 내걸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서울옥션의 경우 올해 해외 시장 안착과 국내 미술 시장 대중화에 온 힘을 집중했다. 미술품 첫 구매자를 위한 ‘마이 퍼스트 컬렉션’, 미술품으로 집안을 꾸밀 수 있는 ‘아트 포 인테리어 경매’ 등 기획 경매가 대거 선보였으며 추정가를 대폭 낮춘 서면 경매 역시 눈길을 끌었다. 미술품뿐만 아니라 사진과 보석 경매도 새롭게 추가되면서 경매 영역을 넓히는 데 역량을 모았다. 해외 경매의 경우 지난 4월 열린 홍콩 경매에서 서울옥션은 사상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11월에 열린 홍콩 경매는 경매 총액 100억원을 기록하면서 해외 비중이 절반에 달했다. 다양화, 고급화, 대중화를 기치로 내건 K옥션은 정조대왕 어찰첩 등 고미술품을 비롯해 김환기ㆍ박수근ㆍ오치균 등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 등 다양하게 선보였다. 특히 미술 거래 대중화를 위해 온라인 경매 사이트 ‘클릭앤컬렉트’ 활성화에 집중하며 중저가 작품을 대거 내놓았는데, 지난 해(528점)보다 30% 이상 늘어난 828점이 출품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특히 양사 모두 올해 낙찰액 상위 ‘톱 5’에 문화재급 고미술품이 포함되면서 고미술품에 대한 미술 애호가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서울옥션은 청화백자용호문호(8억 5,000만원)와 일본에서 환수된 문화재 석가영산회(8억 3,000만원), 독일인 소장자에게 위탁 받은 문화재 해상군선도(6억 6,000만원), 이대원의 ‘농원’(6억 6,000만원)이 새 주인을 만났으며, K옥션은 정조대왕의 어찰첩이 12억원, 김환기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남동풍 24-Ⅷ-65’가 5억 5,000만원에 낙찰됐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진행했던 연말 특별 경매에 기대 이상으로 대중들의 높은 관심이 쏟아지면서 한 동안 거래가 끊어졌던 고객이 돌아오고 새로운 고객이 유입됐다”면서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내년 미술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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