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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기업 부채, 자기혁신이 해법


공기업 부채의 심각성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던지 부총리까지 나서 '잔치는 끝났다'는 상징적 표현으로 전면적인 공기업 개혁 의지를 표방하고 나섰다. 공기업 부채 문제가 다시 부각되자 다양한 처방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낙하산 인사 문제를 거론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근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부채 급증의 원인을 4대강 사업과 같은 정부 정책 탓으로 돌리거나 민영화를 근본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명확한 평가기준 없어 비효율 초래

이러한 다양한 진단과 처방들이 나름의 논리구조를 가지고는 있다. 하지만 공기업의 근본적 역할과 평가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대증 요법에 집착할 경우 근본적 개혁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공기업은 공공서비스 제공에 부여된 가치인 공공성과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태생적 갈등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정부와 형식적으로 분리돼 있으나 실제로는 막대한 국가 예산의 지원을 받아 주요 공공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사업 결과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책임을 진다.

실제로 공기업이 추구하는 공공성과 효율성의 상충적 가치는 모든 논쟁의 중심에 있다. 문제는 각 당사자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그 가치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기업의 자율성을 제한하면서도 효율성 부재를 질타하고 공기업과 공기업 노조는 상식에 벗어나는 노사협약을 맺으면서도 공공성을 빌미로 자기 개혁을 거부하고 있다.

부채 원인에 대해서도 정부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공기업은 정부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요금인상 제한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이처럼 원인과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상태에서는 각종 처방의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부채의 원인을 규명하고 회계분리를 명문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인식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회계 정보를 기반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되 정부의 간섭 또는 환경적 제약으로 인한 영향을 제외한 순수한 경영 성과에 대해서만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등의 주요 비용 항목을 경영 성과와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공기업 경영진과 노조의 유인 구조를 새로이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조도 스스로 변화 공공성 높여야

그동안 이러한 정책 기반의 부재로 우리 사회가 치러야 했던 대가가 매우 컸다.

가령 철저한 회계분리와 부채의 발생 원인 규명이 진작 이뤄졌다면 철도공사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공기업 부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공기업과 공기업 노조의 자기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 공기업 노조가 국민 불편을 무기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거나 공기업 스스로가 개혁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외부 감시와 평가가 더욱 강화되고 이마저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면, 수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민영화 주장이 힘을 얻게 된다.

지금은 공기업과 공기업 노조가 스스로 경영 혁신과 자기 변화에 나서야 할 때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수록 공기업 내부에서 제기되는 혁신 주장은 힘을 얻기 마련이다. 공기업이 기로에 서 있다. 위기를 기회로 인식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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