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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옷 벗는 고위 법관

내달 인사 앞두고 고법 부장판사 8명 사의… 업무 부담·경제적 문제 탓 분석

다음달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차관급인 고등법원 판사들이 무더기로 사의를 표명해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사법연수원 14기 1명, 15기 1명, 16기 1명, 17기 5명 등 총 8명의 고법 부장판사들이 최근 대법원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안팎에서는 통상 정기인사를 앞두고 평균 2~3명의 고법 부장이 사표를 내고 법원을 떠났던 전례를 감안할 때 이번 대규모 퇴진이 이례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평생법관제 시행으로 고법 부장들의 사기가 저하돼 대규모 사의 표명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평생법관제는 법원장 근무 후 상급 법원장 등으로 승진하지 않고 고법에서 법관으로 계속 근무하는 제도로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사의를 표명한 판사 대다수가 고법 부장으로 승진한 지 얼마 안 된 17기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의 표명이 평생법관제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평생법관제가 처음으로 시행된 지난해 최은수 특허법원장(58·사법연수원 9기), 유승정 서울남부지방법원장(57·11기), 안영률 서울서부지방법원장(55·11기) 등 법원장 3명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사표를 낸 것과 이번 건을 같은 선상에서 봐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법원장에게 고등부장으로 재판 업무를 이어가라고 하는 것이 법원장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는 있지만 현직 고등부장에게는 평생법관제가 사기를 저하시키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이번 사의 표명은 지난해 법원장의 사의 표명과 다른 문제로 봐야 한다"며 "사의를 표명한 17기의 경우 이제 막 부장이 돼 일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할 때 평생법관제 시행으로 사의 표명이 늘었다고 보는 건 지나친 해석"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다른 판사도 "정년 등의 이유로 더 이상 판사생활을 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평생법관제가 도입됐고 도입 과정에서 일선 법관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며 "이번 사의를 평생법관제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대등재판부 시행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 증가와 경제적 문제 등 개인적인 이유가 이번 사의 표명과 상관관계가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 법원 안팎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고등부장은 이미 대형로펌인 김앤장에서 영입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등재판부제란 고법부내에서 비슷한 경력을 가진 부장판사들이 함께 근무하는 제도로 제도 시행으로 법관 사이에서 업무 강도가 세지고 승진이 더 힘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곤 했다. 법원장 신분으로 퇴직한 경우보다 고등부장 신분으로 퇴직했을 때가 변호사로서 몸값이 더 비싼 점을 감안할 때 경제적 이유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사의를 표명한 한 부장판사는 "(평생법관제ㆍ인사적체 같은) 네거티브한 원인을 이유로 나가는 건 아니고 원래 계획했던 것"이라며 "변호사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일단 사의를 표명한 부장들의 사직서가 법원행정처에 도착하지 않았고 사의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본 후 사직서가 도착하는 대로 수락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장과 고법부장 인사는 2월14일, 지법 부장과 평판사 인사는 같은 달 25일자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보다 열흘가량 앞서 승진ㆍ전보 대상자가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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