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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늘어나는데…" 대책 없는 에볼라 대책

타국 경유 입국자 검역 사각<br>잠복기 길어 신뢰성도 의문<br>발병 모니터링하는 상황실도 구축 안돼

치사율이 최대 90%에 달하는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의 감염병 관리대책이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여름휴가와 비즈니스 등의 목적으로 아프리카에 다녀오는 한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에 머물렀고 에볼라출혈열 의심 증상이 있는 여행객과 근로자 등의 입국연기를 권고한 것을 놓고 무책임한 처사라는 목소리도 높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에볼라출혈열 발생국 방문 자제와 해외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감염병 예방수칙 당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에볼라출혈열 예방대책을 내놓았다. 아울러 기니와 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에서 입국하는 여행객 등을 대상으로 검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3개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명단을 법무부를 통해 받는다.

문제는 국립인천공항검역소 등에서 실시하는 검역에 신뢰성이 있느냐는 부분이다. 에볼라출혈열의 잠복기는 최소 2일에서 최대 21일에 달한다. 공항 검역대를 문제없이 통과하고도 국내에서 에볼라출혈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아프리카 3개국 방문자들의 에볼라출혈열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매일매일 전화로 문의하는 것이 고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는 자택으로 돌아간 사람들의 감염병 관리에 대한 충분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며 "또 에볼라출혈열은 맹독성이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을 숨기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3개국에서 바로 입국하는 경우에는 부족하나마 집중관리가 이뤄진다. 하지만 에볼라출혈열 발생국가에서 직접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고 여러 국가를 경유해 입국하면 통상적인 검역과정만 거치게 된다. 이들은 사실상 보건당국의 통제권 밖에 있는 셈이다. 발생국 인접국가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올 들어 에볼라출혈열이 서아프리카 3개국 내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했다는 이유로 다른 국가에서 에볼라출혈열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발열과 구토 등 에볼라출혈열 의심증상을 보이는 여행객 등에게 입국 연기를 권고한 것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내외국인에 관계없이 감염병이 발생하면 우선 해당 지역 보건당국의 통제를 받는 것이 원칙"이라며 "내국인 가운데 발병 의심 또는 환자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해당 지역 방역당국과 협의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해당국에 여행 또는 비즈니스를 위해 머물고 있는 한국인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7월 말 현재 기니 45명, 라이베리아 25명, 시에라리온 88명 등 모두 158명의 해외교민 또는 기업 주재원 등이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외교공관과 정보교류를 지속하면서 자국인에게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거나 공관의 요청 등이 있으면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에볼라출혈열 등 감염병 전반을 관리하는 시스템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전 세계 감염병 발생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24시간 상황실이 구축돼 있지 않다. 24시간 상황실은 오는 11월 설치될 예정이지만 배치요원이 2명에 불과해 사실상 24시간 가동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에 밀폐 수준이 가장 높은 생물안전등급(BL)4 실험실 자체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병원성이 강하기 때문에 BL4병원체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BL4 실험실이 없어 국내에서 가장 밀폐수준이 높은 질병관리본부의 BL3+ 실험실에서 유전자 검출을 통해 진단하게 된다. 11월에 국내에 구축될 예정인 BL4 실험실이 충북 오송에 설치되는 것도 문제다. 인천공항에서 오송까지 바이러스를 옮기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감염병을 다루는 국내 병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감염병의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이 늘어나는 만큼 감염병 관리 시스템이 보다 철저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현재 구성된 질병관리본부 에볼라출혈열대책반 반장을 감염병센터장에서 질병관리본부장으로 격상시키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할 경우 에볼라 감염지역인 서아프리카 3개국에 의료진과 중앙역학조사관을 파견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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