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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통 큰 후원으로 개인전… 현대미술가 이불

"머릿속서 끄집어낸 아이디어… 함께 바라봐 주세요"

모더니즘의 은유·진보성 성찰 등 난해한 주제 이해하려 하지 말고

관객이 함께 겪고 경험하기 원해

30일부터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서

자신의 설치작품 '태양의 도시Ⅱ' 앞에 서 있는 중견작가 이불.

"이번 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그동안 머릿속에만 담아뒀던 아이디어·드로잉을 작품으로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기쁩니다."

모더니즘 시대에 대한 은유와 진보성에 대한 성찰 등 주제가 무겁고 난해하다. 그래서 선뜻 개인전 후원에 나서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예술성 측면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는 현대미술가 이불(50·사진)이 현대차의 통 큰 지원으로 자신의 생각을 조형물로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현대차가 지원한 금액은 무려 7억원으로 개인전 후원으로는 찾아보기 힘든 규모다.

국내외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는 이불은 29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각각 '태양의 도시Ⅱ'와 '새벽의 노래'로 명명된 2점의 대형 공간설치 작품이다. 그는 먼저 주제가 무겁다고 운을 뗐다. 이불은 "주제의 어려움과 상관없이 관객 대중은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겪고 경험하기를 바란다"며 "하나하나를 관객이 이해하기 기대하는 것은 아니고 한 인간이자 작가의 작품세계를 옆에서 바라봐주기를 청한다"고 말했다.



작품명 '새벽의 노래'는 세레나데(저녁음악)의 반대말인 '오바드'로 새벽녘 부르는 이별의 노래를 통해 모더니즘 시대에 대한 은유와 진보성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그는 이에 대해 "이번 전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진행해온 역사에 대한 은유 연작인 '나의 거대서사' 시리즈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길이 33m, 폭 18m, 높이 7m의 전시실 사방 벽면과 바닥을 거울조각으로 뒤덮어 미로형태를 구성한 '태양의 도시Ⅱ'는 고요하지만 적막하지 않은 모호한 공간을 형성한다. 관람객은 거울에 비친 숱한 자신과 마주하고 벽 한구석에 높인 250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보면서 시공간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홍익대 출신인 이불은 1990년대 후반부터 MoMA·뉴뮤지엄·구겐하임·퐁피두센터 등 해외 유수의 미술관과 베니스비엔날레 등지에서 주목을 받았고 현재는 광주비엔날레에서 1989년 초기작이 전시 중이다.

현대차는 이불을 시작으로 매년 후원금액을 점진적으로 늘려 작가당 12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세계 정상급 미술관인 뉴욕 구겐하임 개인전 수준이다. 이번 전시는 현대차가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 및 대중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국립현대미술관과 맺은 120억원 후원 프로젝트에 따라 열리는 첫 대형 전시회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30일부터 내년 3월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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