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사태가 17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시리아 정부 내에서 바샤르 알아사드(사진) 대통령의 퇴진 가능성을 시사해 시리아 사태가 종식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를 방문한 카드리 자밀 시리아 부총리는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 자체를 조건으로 내건다면 대화를 시작할 수 없겠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어떤 문제든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임 문제 역시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알아사드의 퇴진을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기 정부 구성에 대한 협상이 가능하며 여기서 자연스럽게 알아사드의 퇴진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시리아 정부 내에서 알아사드의 퇴진을 언급한 첫 발언으로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전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AFP통신은 시리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자밀 부총리의 러시아 방문은 알아사드를 포함해 모든 후보들이 출마하는 차기 대선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유엔의 시리아 제재 결의안을 세 차례나 반대하면서 시리아 사태 해결을 막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와 물밑에서 접촉하며 평화적 정권교체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자밀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자밀 부총리의 기자회견에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면서 "알아사드가 빨리 물러날수록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밀 부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정부가 반군에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군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 "대선과 연계한 언론홍보용"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외국 군대의 개입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처럼 미국이 최근 시리아에 잇따라 강경한 입장을 보임에 따라 시리아 정부가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카드를 꺼내 드는 등 변화의 조짐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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