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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미래 바꾸는 '팔색조' 탄소섬유

자동차·여객기 '鐵 군살'은 쏙 성능은 쑥

강철보다 가볍고 탄탄한 소재로 에디슨이 만든 필라멘트가 시초

연비 개선하고 탄소 배출량 줄여 항공기·노트북·의족 등 무한활용

국내선 2012년 태광이 첫 상업화… 철보다 7~8배 비싼 가격은 숙제



30년쯤 후에는 좁은 골목길을 가로막은 채 주차돼 있는 '무(無)개념차'를 봐도 화를 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몇 명이 들어 옮기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기간이 더욱 단축될 수도 있다.

전 세계 완성차 제조사들이 탄소섬유로 무게를 줄인 차를 개발하는 데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차체 무게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쯤 되면 비행기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지금의 절반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머지않은 미래에 현대인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탄소섬유의 탄생과 발전사, 국내 산업 수준 등을 살펴본다.

◇탄소섬유, 에디슨이 발명해 냉전시대에 '진가' 발휘=탄소섬유는 최근에서야 개발된 최첨단 소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지난 1879년 개발했다. 에디슨의 탄소섬유는 전구의 필라멘트로 사용하기 위해 대나무 조각에 고열을 가한 것에 불과했다.

탄소섬유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곳은 미국 화학기업인 유니언카바이드다. 1958년 관련 연구가 시작돼 1960년대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나 보잉, 미국 국방부 등으로부터 우주항공·군사용 신소재로 채택되며 최첨단 고성능 소재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에 탄소섬유를 보태 강화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이 탄생했다. 보통 '탄소섬유 소재를 썼다'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CFRP를 썼다는 의미다.

이어 1980년대에는 포뮬러1에서도 탄소섬유로 제작된 레이싱카가 선을 보인다. 1990년대 냉전이 끝나면서 탄소섬유의 인기도 주춤하는 듯했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규제로 인해 무게를 줄여 연비를 개선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교통수단이다. 항공기에 탄소섬유 50% 이상을 적용해 항공기의 평균수명인 20~25년가량을 운행하면 항공기 한 대를 새로 구입할 수 있을 만한 연비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총중량에서 탄소섬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하는 보잉787의 경우 전 모델인 보잉 767에 비해 연비가 20% 개선됐으며 이산화탄소 배출은 20% 줄어들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무게 1,300㎏대의 준중형차 차체·부품 20%를 탄소섬유로 교체할 경우 중량이 30% 줄어든 900㎏대가 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어든다. 전 세계 준중형차에 똑같은 비중의 탄소섬유 차체와 부품을 사용하면 연간 1,90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고 660만톤의 휘발유도 아낄 수 있다.

◇의족·악기·전자제품…무한활용 가능=탄소섬유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아이슬란드의 오서사가 개발한 탄소섬유 의족·인공관절은 튼튼하고 유연하면서도 인체 거부반응이 적어 주목을 받고 있고 내부에 공기를 주입하지 않아도 되는 '에어리스(Airless) 타이어'에도 탄소섬유가 활용된다. 펑크가 나지 않을뿐더러 타이어가 찌그러지더라도 쉽게 복원돼 험로를 달리는 차량이나 군용차에 적합하다. 국내에서는 기아차가 8월 출시된 '올 뉴 쏘렌토'의 파노라마 선루프 프레임에 탄소섬유를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6월 핀란드의 코네사에서 개발한 초고층빌딩용 엘리베이터 탄소섬유 로프는 높이 500m 이상의 초고층 빌딩 엘리베이터도 한 번에 연결해준다. 흔히 쓰이는 강철 로프의 경우 무게와 강도의 문제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828m)'에서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강철 로프의 경우 1층에서 최상층까지 한 번에 엘리베이터를 이동시킬 수 없어 500m 지점에서 엘리베이터를 갈아타도록 만들어져 있다.

앞으로는 슬림한 노트북PC, 탄소섬유로 현(絃)을 단 바이올린이나 첼로, 헬리콥터 로터의 날개, 심지어 나이프 같은 식기 손잡이에 이르기까지 용도가 갈수록 넓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문제는 가격이다. 철의 7~8배, 알루미늄의 3배에 달한다. 이 같은 이유로 아직까지 비행기나 고급 스포츠카 제조사인 람보르기니·맥라렌 등에서나 탄소섬유를 썼다. 양산차 중에서는 BMW가 지난해 출시한 전기차 'i3'가 유일하게 탄소섬유를 본격적으로 적용했다.

하지만 관련 업체마다 가격 낮추기에 부심하고 있어 오는 2030년께에는 철의 2배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상업생산 개시=우리나라는 후발주자다. 반면 일본은 탄소섬유 원천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도레이·미쓰비시·데이진 등 일본 3사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생산량(10만톤)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탄소섬유의 상업생산을 시작한 곳은 태광이다. 태광은 1,500억원을 투자해 2012년 3월 탄소섬유 상업생산을 개시했으며 현재 1,500톤 규모의 연간 생산량을 앞으로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다.

효성은 지난해 5월 2,000톤 규모의 공장을 완공하고 '탠섬(Tansome)'이라는 브랜드명까지 붙였다. 지난해 현대차가 선보인 콘셉트카 '인트라도'의 프레임, 지붕, 측면 패널 등에 효성의 탄소섬유가 적용됐다. 효성 관계자는 "호흡 보조용 산소통 같은 압력 용기, 골프채나 낚싯대 등에 다양하게 탠섬이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은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생산량을 연 1만7,000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탄소섬유의 내구성 비결은 '지구상에서 가장 안정적인 구조'라고도 일컬어지는 육각형 벌집구조이기 때문이다. 육각형 벌집구조로 이뤄진 탄소섬유를 가로·세로로 여러 장을 겹친 후 변형시키면 기존 철재보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소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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