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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관습에 묶인 꽃 같은 청춘·사랑 그리고 싶었죠"

혼불문학상에 박혜영 '비밀정원'

비극적이고 강렬한 사랑 이야기… 정제되지 않은 모든 부분 압도

"낮은 곳서 세상 바라보게 되어 53세 늦깎이 등단이 오히려 다행"


"많은 자유가 들뜨고 있었지만 여전히 봉건적 잔재가 많았던 시절 (개화기는) 제도적인 규제 속에 여전히 암울한 시대였습니다. 그 시대 사회제도와 관습에 무너지는 개인들의 질곡을 그리고 싶었어요. 색깔은 붉었지만 청춘이든 사랑이든 피어보지도 못하고 시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는 그 시대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저 역시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싶었죠."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자 박혜영(53·사진)은 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상작 '비밀정원'의 집필의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혼불문학상은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를 기리기 위해 2011년 전주MBC가 제정, 매년 수상작을 선정해왔다. 첫해 수상작으로 최문희 작가의 '난설헌'이, 2회에는 '프린세스 바리(박정윤)', 3회 '홍도(김대현)' 등의 작품이 뽑혔다.

사실 이 작품은 작가가 20대에 이미 초고를 써뒀던 원고에서 시작됐다. "23세 무렵 7개월 가까이 집필했던 작품이지만 큰 병으로 쓰러지면서 잊고 살았습니다. 어느 날 누런 원고지 뭉치를 찾고 나서 3년여 매달려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보면 몸이 아프지 않았어도 그때는 결국 쓰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40대의 사랑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라 빈티지 가구처럼 오랜 세월이 배어들어야 완성될 작품인 것 같아요."

'비밀정원'은 화자 이요가 오랜만에 고향집 노관으로 돌아와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시작된다. 작가는 이요가 율이 삼촌과 함께했던 반짝이고 뭉클했던 가족사와 자상했던 어머니가 가슴에 묻은 사랑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이번 심사위원단에는 위원장인 소설가 황석영을 비롯해 평론가 류보선, 소설가 성석제·이병천·전경린·하성란 등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비극적이며 강렬한 사랑 이야기가 정제되지 않은 모든 부분을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혼불문학상은 착하고 모범적인 소설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도 기존의 장르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작품을 원한다"며 "이전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과잉과 결여가 있을 때만 그 작품이 매혹적이고 강렬할 수 있다는 점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심사평에서 밝혔다.

작가는 53세의 늦깎이 등단에 대해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늦게 뽑히지 않았다면 놓치는 게 많았을 겁니다. 좀 더 낮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더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무난하게 좋은 대학 가서 일찍 등단하고 모임에서 추앙 받았다면 과연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어느 쪽에서든 최선을 다해 살았고 앞으로도 좋은 소설로 독자에게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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