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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의 추락] 20년 노후화… 인근에 물량 공급 폭탄… "엎친데 덮쳤다"

일산·분당·평촌·중동 등 밀도 높아 재건축 불가능<br>행신·화정·용인 상현 등 주변 대체주거지 개발로 수요자 기존 신도시 외면

1기 신도시의 대표 격인 일산의 일부 지역 아파트 값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3.3㎡당 1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입주를 시작한 지 20년이 지나면서 주택이 노후화된데다 리모델링 규제완화 무산, 2기 신도시 물량 폭탄까지 겹친 탓이다. 일산신도시 전경. 서울경제DB



무슨 일이… 일산 분위기 심상찮다
[1기 신도시의 추락] 20년 노후화… 인근에 물량 공급 폭탄일산·분당·평촌·중동 등 밀도 높아 재건축 불가능행신·화정·용인 상현 등 주변 대체주거지 개발로 수요자 기존 신도시 외면

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1기 신도시의 대표 격인 일산의 일부 지역 아파트 값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3.3㎡당 1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입주를 시작한 지 20년이 지나면서 주택이 노후화된데다 리모델링 규제완화 무산, 2기 신도시 물량 폭탄까지 겹친 탓이다. 일산신도시 전경. 서울경제DB


















"주거환경이야 좋죠. 하지만 낡을 대로 낡은데다 주변에 새 아파트가 하루가 멀다하고 들어서니 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나마 새 아파트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는데…." (일산 백석동 A공인의 한 관계자)

"살다 보면 곳곳에서 말썽이 나요. 수도관ㆍ엘리베이터 등 바꾸고 고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마두동 A아파트 소유자)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산신도시 일대에서 3.3㎡당 1,000만원 이하 매물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1기 신도시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때 '웬만한 서울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으며 가장 살고 싶은 주거지로 꼽혔던 1기 신도시였지만 지난 1992년 첫 입주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으면서 급속하게 건물이 노후화하고 있는데다 설상가상으로 주변에 대규모 대체주거지 개발이 잇따르면서 수요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급격한 가격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비단 일산신도시에 국한되지 않고 분당ㆍ평촌ㆍ중동ㆍ산본 등 5개 1기 신도시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점이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가 현재와 같은 가격약세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것은 ▦주택 노후화와 리모델링 규제완화 무산 ▦2기 신도시와 보금자리 공급에 따른 신도시 경쟁력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명품주거지서 낡은 아파트촌으로 전락=서울의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조성된 1기 신도시는 정부의 체계적인 도시계획을 바탕으로 학교ㆍ공원 등 편의시설이 들어선 신흥 명품주거지로 부각됐다. 하지만 현재는 최초 입주한 1992년 이후 이미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약 30만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재정비가 필요한 거대 노후 주거지가 돼버렸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들은 재건축을 시도하면서 가격상승의 호재를 맞았고 일부 단지는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며 "그러나 1기 신도시는 시설 노후화가 심화된데다 밀도가 높아 재건축조차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산동구 풍동 인근 K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이따금 집을 보러 온 매수자들도 워낙 아파트가 낡아 개보수에 추가 비용이 든다는 판단 탓인지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신도시 옆 신도시 개발…공급 폭탄이 집값 하락 부추겨=1기 신도시 주변에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잇따른 것도 가격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일산의 경우 사실상 또 다른 신도시ㆍ택지지구가 이를 둘러싼 형국이다. 대규모 파주신도시가 북쪽에 자리잡은 것은 물론 행신ㆍ화정ㆍ중산ㆍ탄현ㆍ일산2지구 등이 신도시 조성 이후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섰고 삼송ㆍ지축ㆍ원흥지구도 개발이 한창이다. 분당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신도시 조성 이후 서쪽으로 수지1ㆍ2지구가 개발됐으며 용인 상현ㆍ성복ㆍ죽전지구 등이 신도시와 맞닿아 들어서 있다.

특히 이들 주변 신도시ㆍ택지지구 등은 부족한 생활기반시설 상당수를 기존 1기 신도시에 의존하면서 쾌적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정부가 조성했거나 조성 중인 수도권 2기 신도시는 무려 10곳에 달하며 가구 수로는 60만8,400가구에 이른다. 수용인구는 무려 158만여명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1기 신도시 주변 지역에 신도시나 보금자리주택 등 양호한 입지의 새 아파트 공급이 대거 예정돼 있어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와 같이 특별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계속 방치될 경우 주거지로서 1기 신도시의 매력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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