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가 발표됐다. 우려했던 대로 모든 지리·공민·역사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내용이 기술됐다.
교과서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인데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일본 현 정부의 부당한 주장과 근거들이 교과서에도 그대로 기술된 것이다. 이러한 교과서로 배운 일본 학생들로부터 "독도는 17세기부터 일본인들이 영유권을 확립했고 1905년 국제법에 근거해 시마네현에 편입했으며 제2차 대전에서 패전한 후 맺은 강화조약에서도 일본 영토로 인정됐으나 한국이 1952년부터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다. 일본은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하는데 한국이 거부하고 있다고 배웠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한민족 독립의 상징이기도 한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고 우리가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한 것은 역사와 현실을 전부 무시한 것으로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아무리 일본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기술하고 외교청서에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명기해도 우리의 독도에 대한 영토주권 행사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영토주권 행사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역사주권과 함께 국제법적 정당성을 근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현실 무시 관계악화 불가피
문제는 잘못된 교과서 기술이 상대방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가져오고 신뢰에 기초한 한일관계의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데 있다. 더욱이 교과서를 배우는 것은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들이다.
교과서로 인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잘못된 주장을 철회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선 우리 학생들이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것을 구체적인 근거와 논리를 갖도록, 일본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는 지식과 자신감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에서 예로 든 일본 학생의 질문에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될까. 이번 기회에 나라면 이렇게 대답하겠다는 답안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일본 교과서의 독도 기술이 한일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면 일본의 '아이들과 배우는 역사교과서 모임'이 만든 역사교과서는 희망을 보여줬다. 이 교과서는 전시하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권침해라는 차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술하고 '고노 담화'도 중요 내용을 발췌해 실었기 때문이다. 1996년에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의 모든 역사교과서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기술돼 있었다.
하지만 일본 우익의 집중 공격과 채택률 저하를 우려한 출판사의 자기규제로 인해 위안부 관련 기술은 급속히 줄어들었고 2011년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서는 관련 기술이 전부 사라지게 된다. 일본 내부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려는 바람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를 교과서에 기술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위안부' 기술 용기있는 목소리도
아베 신조 정권도 계승을 표명하고 있는 1993년 고노 담화에는 '역사교육을 통해 그러한 문제를 오랫동안 기억하면서 동일한 과오를 결코 반복하지 않는다는 굳은 결의를 다시 한 번 새롭게 표명한다'고 명기돼 있다. 이번 기술은 이러한 일본 정부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 정부의 검정과정에서 본문의 '위안부'라는 단어, 처음 피해를 고발한 김학순 할머니 증언,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끌려감'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삭제되는 등 오히려 기술이 축소됐다.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아베 정권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렇게 자국 교과서의 위안부 기술을 축소한 아베 총리가 미국 상하원 연설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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