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사실상 상설화하는 데 합의한 것은 정부의 예산안 및 결산안을 시간에 쫓겨 부실·졸속으로 처리해왔던 '악습'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다.
헌법 제54조에 따르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새해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 12월2일이 법정기한이다. 그러나 새해 예산안은 지난 2002년 이후 현재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법정기한을 넘겨 통과됐다. 특히 2012년과 2013년에는 2년 연속으로 새해 예산안 연내 처리에 실패하며 '위헌 국회'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정부의 1년 나라살림을 정리한 결산안 역시 법정기한(8월31일)을 지켜 통과된 것은 2011년 단 한 번뿐이다.
해마다 이 같은 구태가 반복되자 여야는 예결특위를 일반 상임위원회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실제 일반 상임위의 경우 소속 의원들이 2년간 재임하면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지만 예결특위의 임기는 1년에 불과하다. 또한 예결특위 소속 의원들이 다른 상임위와 중복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탓에 개개인의 '집중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결특위의 공식 회의도 정기국회 기간 중에만 열렸다.
일단 여야 원내대표가 이번에 예결특위를 국회 회기마다 두 차례 이상 회의를 열도록 합의함에 따라 '시간 부족' 문제는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논의 횟수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예산안 및 결산안을 시간에 쫓겨 부실·졸속 심사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여야 원내지도부의 생각이다. '예결위 일반 상임위화'의 절충안적인 성격이 강하다.
정기국회에서 20일가량 실시됐던 국정감사를 8월26일~9월4일, 10월1일~10일까지 두 차례에 나눠서 실시하기로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만 해도 국정감사가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 실시된 탓에 여야가 예산안 및 예산 관련 부수법안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박 원내대표는 "올해부터 9월23일에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넘어오게 되는데 (국정감사를 분리해 실시하게 되면서) 예년과 비교해 봤을 때 국회 일정이 한 달 앞당겨지는 효과를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정감사 분리 실시에 따른 부작용 문제도 제기된다. 상반기에 국정감사를 받은 피감기관이 하반기에 또다시 입법부의 '견제구'를 받게 되는 데 따른 '중복국감' 우려가 대표적이다. 이 원내대표는 "부처 및 공공기관을 중복 감사해서는 안 되므로 법적으로 이를 보완하는 문제를 여야가 추후 합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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