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폭탄은 따로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2차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가 일단 한 고비를 넘겼지만 막대한 규모의 민간 부문 부채 문제가 유럽 재정위기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2일 각국 정부 부채에 집중돼 있던 유럽 위기의 초점이 이제 기업이나 가계가 안고 있는 막대한 민간 부문 부채로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기업과 가계 부채가 늘어나면 은행이 자금회수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곧 국가경제 전체를 흔드는 요인이 된다며 민간 부문 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현재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15개국은 민간 부문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0%를 넘어선 상태다. 부채비율 160%는 EU 집행위가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제시하는 마지노선이다.
가장 심각한 곳은 GDP 대비 341%의 민간 부문 부채가 있는 아일랜드다. 리치 바우처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일랜드의 주택대출 규모가 올해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에 10억유로 규모의 대출을 추가로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페인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스페인의 2010년 공공 부문 부채는 GDP 대비 61%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민간 부문 부채는 무려 227%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특히 심각한 곳은 기업 부문 부채다. 국가 총부채 중 기업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의 6배, 미국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만 쌓여가는 스페인 기업들과 은행권에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채권이자율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제이미 단하우저 스페인 롬바르디아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민간 부문 부채를 줄이는 데는 성장이 유일한 해법인데 스페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긴축재정을 펴고 있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포르투갈은 공공 부문 부채가 GDP 대비 93%인 데 반해 민간 부문 부채는 249%에 달했고 영국도 민간 부문 부채가 212%로 그리스(124%)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실정이다.
스티븐 채커티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공공부채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민간부채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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