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의 터널에 접어든 브라질 경제의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등의 여파로 경기가 둔화되자 기준금리 인하, 세제혜택 등 온갖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경기전망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반면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면서 악성대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부작용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5월 90일 이상 연체된 악성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개인의 경우 악성대출 비중이 8%로 지난 2009년 11월 이후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법인의 악성대출 비중도 4.1%를 기록해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브라질의 악성대출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은 브라질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해 은행 대출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소비진작과 투자확대를 위해 올 들어 기준금리를 4차례에 걸쳐 2.5%포인트나 인하하는 등 지난해부터 모두 7차례나 기준금리를 낮췄다. 현재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낮은 8.5%로 역사상 최저 수준이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를 극복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경기부양 방식과 같은 것이다. 당시 브라질 경기부양을 위해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브라질은 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극복하고 2010년 7.5%의 고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악성대출 증가 등과 같은 부작용을 나타나면서 룰라 전 대통령의 경기부양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는 현 정부의 정책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둔화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계ㆍ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소비나 투자가 아니라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인 CIBC 월드마켓 상파울루지점의 존 웰치 거시경제전략가는 현재 브라질의 상황에 대해 "앞으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신용 공급을 실시하더라도 사람들은 대출을 차환하는 데 급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브라질 경제전망은 갈수록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25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1%포인트나 낮춘 2.18%로 수정했다. 하지만 크레디트스위스(CS)은행이 1.5%를 제시하는 등 시장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올해 성장률 목표치로 4%를 제시했다.
닐 셰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신용확대를 통한 성장은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공공지출 증가와 신용확대가 아닌 민간 부문이 투자하고 공공 부문이 지원하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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