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이 한창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파티는 끝났다"며 본격적인 공기업 개혁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기획재정부는 관련 보도자료를 만들며 '부채상위 공공기관 12개'의 명단 및 기관장 이름·사진까지 적시했다. 여기에는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공기업들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들 공기업의 내년 사업방향과 관련, 부채비율 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과 비핵심사업 매각 등 사업구조조정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해외자원개발 역시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봐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원자력 발전의 축소와 이를 대체할 천연가스(LNG)·석유발전의 증가추세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 등으로 반 원전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기존 원전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확대를 기본으로 하는 정부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도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2012년 기준 26%인 원전의 발전비중을 2030년까지 41%로 높이는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했었다. 하지만 최근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민관합동 워킹그룹은 2035년까지 22~29% 범위로 줄이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범위의 최대치인 29%도 불투명하다.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안하면 2035년 원전비중 29%는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 14기를 한두 번씩 수명연장하고 매년 1개 이상의 원전을 새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전비중은 29%보다 낮게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말은 원자력 이외의 에너지원을 이용해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 대폭 늘어난다는 얘기다. 신재생이 급속히 늘 수 없기 때문에 결국 LNG·석유발전이나 석탄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다. 또 석탄발전은 온실가스 과다배출 등의 문제 때문에 LNG발전이나 석유발전이 늘 수밖에 없다.
둘째 셰일가스 혁명으로 대변되듯이 세계 자원시장은 비전통 원유·가스의 탐사·개발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셰일가스처럼 땅밑 바위층을 뚫고 채굴하거나 심해저 탐사·개발 등이 이에 속한다. 이는 개발이 상대적으로 쉬운 석유(easy oil)의 탐사·개발·생산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지 오일'을 갖고 있는 산유국들의 자원 민족주의 경향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비춰 우리도 비전통원유·가스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현재 석유공사가 미국 셰일가스 사업에 조인트 벤처로 참여하고 있고 가스공사도 셰일가스 도입계획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 LNG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면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셋째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경우 탐사부터 생산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간 사업이 많다. 따라서 이 기간 중 투자비의 상당 부분이 부채로 잡힌다. 또 탐사사업은 성공률이 10~15%로 낮지만 일단 성공하면 20~25년간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사업이다.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의 수익 중 60~70%도 바로 이 같은 탐사·생산으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과다부채를 줄이기 위해 사업구조조정을 한다 해서 이 같은 광구까지 매각하는 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정부방침에 따라 많은 광구를 매각했다가 몇 년 뒤 유가가 급등하자 다시 비싼 값에 사들여야만 하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99% 이상의 석유와 가스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자원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경제는 물론 국가 안보의 핵심 사안이다. 따라서 해외자원개발 사업 역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최근 공기업 부채 문제에 짓눌려 지지부진해지고 있는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자들의 의기소침한 모습이 안타까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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